종영‘ 그 겨울…’서 상남자 리얼연기 김범
6년 전인 2007년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객식구 범이로 나왔던 김범<사진>을 봤을 때는 아이 같았다.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소이정을 연기할 때도 풋풋하고 뽀송뽀송함이 있었다. 근데 김범을 이제 봤더니 제법 남자 냄새, 상남자나 마초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김범은 최근 종영한 SBS 수목극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주인공 오수(조인성 분)를 친형처럼 모시고 따르는 박진성이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박진성은 조력자 캐릭터였지만 극을 끌고가는 데에는 핵심적인 인물이었다. 다혈질에 의리로 똘똘 뭉친 진성은 오수와 비슷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진성의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부터 참여해 캐릭터를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오수라는 인물은 어렸을 때 알게 된 단순한 동네 형이 아니라, 우리 아버지가 미친 소에 밟혀죽을 뻔 했을 때 업고 뛰어준 형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켜준 형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거다.”
김범은 최종회에 그런 가족 같은 오수를 자신이 직접 칼로 찌른다. 김 사장이 가족의 생명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얼핏 형을 배신하는 장면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약점으로 잡았을 때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반은 넋이 나간 상태였다. 정신을 차리고 칼에 찔린 형을 봤더니 이미 벌어진 상황이었다.”
20층 빌딩의 탁 트인 옥상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이 장면은 두 남자의 쓸쓸함을 보여주며 이 드라마 최고의 장면으로 기록됐다. 김범은 “처음에는 낮에 지하주차장에서 촬영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공간감을 더 잘 보여주려면 밤에 옥상에서 찍으면 좋을 것 같아, 그런 의견을 말했더니 감독님께서 선뜻 받아들여주셨다”고 전했다.
김범은 희선(정은지 분)과 멜로도 펼쳤고 둘은 시골에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오수-오영(송혜교 분)의 절절한 멜로가 아닌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멜로로 그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은지가 현역 가수이고, 정극은 처음인데다 20살 여자가 이해하기 힘든 대본이라고 생각해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예상했다. 초반 긴장을 하기는 했지만 횟수가 지남에 따라 연기가 완전히 풀리는 듯했다. 감독님과 주위에서 이야기를 해주면 흡수가 빨랐다. 정은지는 정말로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
김범은 조인성이라는 선배를 만나 감정을 교류하고 형과 아우로 지낼 수 있어 좋았고, 송혜교와는 같이 붙는 신이 별로 없었지만 이야기해보면 말이 잘 통했다고 했다. 멋있는 형과 누나를 얻은 기분이라는 것. 김범은 ‘거침없이 하이킥’과 ‘꽃보다 남자’는 큰 반응을 얻었지만 이후 드라마 ‘드림’의 시청률은 3~5%, 영화 ‘비상’은 자신의 팬 수보다 적은 3만명에 그쳤다. 그가 출연했던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도 ‘추노’와 붙어 쉽지 않았다.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다 1년반 숨고르기를 하면서 쉬었다. 불안감이 있었지만 나를 사랑하는 법을 터득했으며,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였다.” 그러다 만난 드라마가 지난해 2월 종영한 노희경 작가의 JTBC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였다. 김범은 ‘빠담빠담’을 통해 성향과 가치도 조금씩 바뀌었다고 했다. 사람과 시간의 소중함을 배웠고 시청률 경쟁도 필요하지만 시청자 한 분이 봐도 부끄럽지 않은 드라마를 연기하고 싶었다.
“노희경 작가가 두 번째로 불러줘 너무 고마웠다. ‘꺼져’ ‘죽고 싶다’라는 대사가 정반대의 의미를 담고 있는 노희경식 언어표현법이 재미있었고, 각각의 캐릭터는 이중적인 감정을 지녔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한데 모여 긴장감을 형성하며 앙상블을 이루는 게 묘하면서도 놀라웠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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