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대사 전달력으로 인해 연기력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SBS)’, ‘미친사랑(KBS2)’이 그랬다. 그렇게 배우 생활 13년차가 됐다. 이제는 논란이 아닌 ‘흥행보증수표’라는 명함을 앞세워도 될 만큼 괜찮은 성적표를 받고 있는 권상우이지만, 배우로서의 고민은 해도 해도 부족하다. ‘행복한 고민’ 혹은 ‘30대의 사춘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직장인들이 흔히 앓는 열병일수도 있고, 괜한 기우일 뿐일 수도 있지만 권상우의 고민도 그리 간단치 않았다. 세간의 평가와는 무관하게다.
8.0%로 시작해 25.8% 시청률로 막을 내린 ‘야왕’(SBS)의 주연배우 권상우(37)를 10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청률 보증수표 이병훈 감독의 사극 ‘마의’와 맞붙으며 힘든 싸움을 해야했지만, 권상우가 내놓은 성적표는 훌륭했다. 살인을 거듭하는 국민악녀 수애의 악행에 물이 오르고, 그를 향한 애증으로 무장한 남자 하류(권상우)가 처절한 상황에 놓일 때 깊은 한숨을 내뱉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토해냈다. 권상우는 하지만 드라마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다.
“초반에 신나게 연기하다 중후반에 힘이 빠졌어요. 드라마가 끝나면 모든 것을 쏟아부은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뭔가 해소되지 않은 기분이었어요.” 감정이 녹아든 대사를 하고 싶었고, 복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보같은 하류’가 아닌 복수심을 품었으면서도 사랑했던 사람을 향한 애틋한 감정을 녹여낸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었다.
아쉬움이 컸던 만큼 권상우는 이제 새 작품을 기다린다. 박인권 화백의 원작을 가져온 드라마를 두 편(‘대물’, ‘야왕’)이나 했고, 그로 인해 연기에 대한 평가도 칭찬이 많다. 그러나 권상우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연기에 대한 좋은 평가를 듣고 있지만 방송을 모니터하면 얼굴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요. 칭찬을 들으면 민망하죠. 드라마가 잘 되면 찾아주는 곳은 많지만, 내가 어디까지 와있는 배우인지 잘 모르겠어요.”
시간은 너무도 급하게 흘러 데뷔 13년차가 됐다. 권상우는 스스로를 황정민 최민식과 같은 연기파 배우도, 강동원 조인성 같은 비주얼이 훌륭한 배우도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고 다른 배우와 배우 권상우를 비교선상에 뒀던 것은 아니지만, 끝없는 위기감과 고민이 깊은 날들이란다. 배우로서의 ‘정체성의 고민’이었다.
13년이 지나 권상우도 처음 연기를 하던 때를 돌아봤다. 그 때 권상우는 어떤 배우를 꿈꿨을까. “제임스 딘 같은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낭만이 느껴지고 자유가 느껴지는 배우. 완벽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허점이 있는 배우. 개성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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