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3회> 바람에맞서는 법(2)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이번 5개국 관통 랠리대회에서는 적어도 열 댓 명은 사고로 죽어 나자빠질… 어이쿠, 입이 걸어서 죄송합니다. 적어도 열 댓 명은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될 것이 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어요.”
대통령 선거를 열흘 앞둔 날, 대선주자를 지척에서 모신다는 소위 ‘높은 양반’ 앞에서 유민 회장은 호언장담을 서슴지 않았다.
“아까운 선수들이 그렇게나 많이 죽으면 안 되지요. 벌레 한 마리에 깃든 생명도 존엄한 법인데… 그렇게나 많은 선수가 죽다니요?”
“유명한 선수들이 그렇게 펑펑 죽어 나자빠져야 이번 경기에 사람들 관심이 몰리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사람들 관심이 최고조에 달해 있을 때에, 뭐시냐… 랠리 카를 탄 선수들이 북한지역을 통과해야…”
“말하자면 유권자들을 모두 텔레비전 앞에 모이도록 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대북관계 조율능력을 과시하자는 게로군요.”
“그렇지요. 그 순간에 짜잔! 20초짜리 선거홍보 광고를 터뜨리는 겁니다. 우리의 능력이 이 정도라는 걸 만방에 알리는 것이지요.”
“선수들이 북한을 통과하는 날이 선거 하루 전날이던가요?”
“물론입니다. 제가 일정을 그렇게 짜 놓았습니다. 이제 어르신께서는 조만간에 청와대로 입성하실 일만 남은 거지요.”
유민 회장은 벌써부터 신나서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높은 양반이 청와대에 입성하게 되면 자기야말로 청와대를 등에 업은 사업가가 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이를테면 부처님을 싣고 가는 당나귀라도 기꺼이 되겠다는 뜻이었다. 비록 부처님께 향한 절일지라도 목에 힘을 주는 쪽은 당나귀일 테니까.
“그래도… 선수들이 너무 많이 죽을 것이라니 부담스럽습니다.”
“어허! 지금 그런 걸 따질 때입니까? 우리가 뭐 생명사상을 숭배하는 성자라도 되나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이번 대선에서는 무조건 이겨야만 합니다. 대통령 자리가 걸려있는 큰 게임 아닙니까?”
“이번 랠리 코스가 그렇게 험한가요?”
“험하긴 하지요. 그러나 아무 걱정 없습니다. 원래 대중들은… 파괴본능을 품고 있다지 않습니까? 때려 부술수록 희열을 느끼는 거지요.”
“하긴… 파리-다카르 랠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죽기 때문에 그 경기가 인기를 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많이들 죽어야 합니다. 고비사막에서는 강도를 만나 죽고, 친링산맥에서는 떨어져 죽고, 빠져 죽고, 전갈에 물려 죽고… 몽고에서 무장괴한들이 출몰하거나 납치 극이 벌어지거나 하면 시청률 100%가 되겠지요.”
“선거 전날에 시청률 100프로라…”
“대선 승리는 따 놓은 당상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북한 지역 어느 곳에선가 지뢰가 터지든지, 김정은이 선수들을 모두 인질로 잡아서 미국에 몸값을 요구하는 불상사는 없을까요?”
“그런 경우가 생겨도 우리가 그걸 해결할 수만 있다면 대박이지요.”
“우리가? 내가 말입니까?”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생긴다 해도 저는 해결할 자신이 있습니다. 이번 대회기간 동안 북한 땅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제 능력 아니었습니까?”
또 큰소리! 유민 회장은 신나면 신날수록 뻥이 세지는 허풍증세가 도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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