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서거하기 두 해 전인 1977년, 창경원이 ‘궁’으로서의 본래 모습을 찾도록 하라고 지시한다. 그로부터 6년뒤인 1983년 8월, 창경원의 동물들이 먼저 이사를 간다. 포유류, 조류 등 총 800마리였다. 새로 이사갈 곳은 창경궁 복원 지시 직후 동물원 부지 조성이 시작된 과천 막계리. 처음 계획은 24만8000㎡였지만 평양동물원이 268만㎡라는 소문을 들은 박 대통령이 “평양보다 더 크게 지으라”고 지시했고 구자춘 당시 서울시장은 1978년 “서울동물원 부지를 290만여㎡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동물들의 이사는 1984년 4월14일, 최고 인기스타인 코끼리 ‘자이언트’가 옮기면서 일단락됐다. 자이언트는 과천에서도 25년간 인기를 누리다 2009년 3월 눈을 감았다. 향년 58세. 동물원 코끼리로는 세계 최고령이었다고 한다. 현재 서울대공원의 동물 식구는 자연으로 돌아간 돌고래 등을 제외하고도 백두산호랑이를 비롯해 3000여 마리나 된다.

다음은 식물들의 이사를 간다. 1986년 봄부터 여름까지였다. 굳이 식물까지 이사 간다는 것에 의아해 할지 모르겠으나,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창경원에 가득한 벚나무 1300여 그루는 일제가 심도록 한 것이었다. 물론 국산이다.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시킨 상징적 식물인데, 그렇다고 베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600그루는 여의도 윤중로와 능동 어린이대공원으로 이식하고 700그루는 각급 학교에 분양했다. 빈 자리엔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새로이 심어졌다.

동,식물이 이사간 뒤 일제가 헐었던 60채의 전각 중 문정전 등 일부가 복원되었다. 창경궁 복원을 위해 2년간의 출입통제가 예고된 1983년 그 해 창경원 벚꽃놀이는 가장 화려했다. 꽃의 아름다움과 궁 복원의 기쁨, 묘한 아쉬움이 교차했다.

벚꽃축제가 4월1일 진해군항제를 시작으로 북상한다. 남의 나라 왕실 상징물이라는 이유로 벚꽃에 열광하자니 좀 찜찜한 구석이 있었는데, 올해엔 털어내자.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은 고려시대에 조성됐고, 영암 왕인축제때 어우러지는 벚꽃은 1500년의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예로부터 벚나무는 백의민족에게 볼 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문서보관함 등 생활용품 재료로도 널리 활용됐다. 일본이 가장 숭상하는 왕벚꽃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라는 점은 양국 학자들의 일치된 연구결과이다.

남의 나라가 좋아한다고 해서 우리가 싫어해야 한다는 시각은 좀 옹졸하다. 북한 국화(國花) 진달래를 좋아하는 국민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 랴.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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