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전통시장 돌며 즐기던 게임 어느새 게임만 남아버린 아쉬움

연예인 게스트 초청 등 변화 불구 여행통한 감성제공 기능은 약화

멤버들 지역민과 함께 정 느끼고 시청자도 끼고 싶다는 생각 만들어야

리얼 야생 여행 버라이어티 KBS ‘1박2일’은 2007년 8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여행지에서 복불복 게임과 경기를 통해 잠자리와 식사 등에 차등을 둬 재미를 유발해왔다. 단순히 여행지를 보여주기보다는 해당지역을 배경 삼아 게임을 함으로써 승부도 즐기고 여행지도 감상하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북 군위의 아날로그 마을에서 마라톤을 함으로써 정감 어린 마을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강원 태백에서 설상마라톤을 통해 주변 풍광을 음미할 수 있게 했다. 멤버들이 전남 무안 시장을 헤집고 다니는 게임을 통해 시청자들은 TV로 자연스럽게 전통시장을 구경할 수 있었다. 강원 양구 민통선 내에 있는 두타연도 멤버들이 방문했다. 최근 춘천 낭만여행에서 게스트인 최강희가 자신만의 레시피인 일명 ‘너볶이’를 요리하고, 드라마에서 췄던 ‘부끄부끄춤’을 선보이는 뒤에는 강가의 절경이 보였다. 부산 우정여행 중 방문해 해양대 학생들과 닭싸움과 축구경기를 가지면서도 섬 주변의 자갈 해변을 소개했다.

우리가 여행하는 방식도 주로 ‘볼 만한 곳’과 ‘먹거리’ 위주로 이뤄진다. 하지만 지역에 있는 특정 시설 몇 개 본다고 해서 ‘여행 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면 한국 가이드들은 루브르 박물관을 2시간 또는 3시간 만에 보는 법까지 여행객에게 알려주는데, 이런 방법을 가르쳐주는 여행안내자는 한국인밖에 없다.

‘1박2일’은 볼거리와 음식 위주의 여행을 위해 각종 게임들을 곁들이기 때문에 어느샌가 게임만이 남았다는 느낌이 든다. 여행지에서 게임하는 단계를 지나 게임하러 여행지를 가는 형국이 돼버렸다. 물론 ‘1박2일’ 제작진이 최강희를 게스트로 초청한다든가, 최근 녹화를 마친 소녀시대 윤아 등의 외부인이 ‘1박2일’ 멤버들과의 관계를 만들게 하는 등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박2일’이 5년9개월여 이어지며 여행을 통한 감성을 제공하는 기능이 약화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여행은 일상을 낯설게 함으로써 나타나는 설렘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여행이 주는 선물이란 그런 데서 경험하는 긍정적인 마음 또는 에너지 같은 것이다. 그런데 ‘1박2일’은 자기들끼리 게임에 집중하다 이를 놓치기도 한다. 오히려 여행을 통한 소소한 감성은 MBC ‘아빠 어디가’나 SBS ‘땡큐’ 등 후발주자들이 더 잘 보여준다.

‘1박2일’에는 유해진 엄태웅 이수근 차태현 성시경 김종민 주원 등 토속적이거나 훈남이거나, 또는 매력 있는 출연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 멤버로 여행의 감성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여행지를 설명하고 여행지의 풍광을 담는 것만으로는 촌스럽지만 정감 가는 고향의 정서를 오감으로 느끼게 할 수 없다.

우선 여행지인 ‘지역(로컬)’을 잘 알아야 하지만, 공부하듯이 알려주는 게 아니다. 우리는 중고교 시절 음악시간에는 베토벤 교향곡 3번이 ‘영웅’이고, 5번 ‘운명’, 6번 ‘전원’, 이런 식으로 공부했으며, 미술시간에는 인상파 화가와 그 그림이 어떤 것인지를 외웠다. 음악과 미술을 공부하듯이 배웠다. 그러니 졸업 후에는 음악과 미술을 접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 시간에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좋은 그림들을 많이 보여주었더라면 그때 남은 감성이 새로운 음악과 미술에 대한 욕구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멤버들이 여행지에서 소소한 감성을 떠올리고, 또 지역민과 자연스럽게 접촉하며 갈수록 잊혀져가는 ‘정’과 ‘낭만’을 느껴보게 하고, 그래서 시청자들도 저 멤버들 사이에 끼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 ‘1박2일’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등한시한 채, 지나치게 무식하다는 점을 캐릭터로 내세워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멤버에게 호감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전국노래자랑’의 MC 송해가 녹화 하루 전날 그 지방에 내려가 시장을 둘러보고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한 후 국밥을 먹으면서 지역민과 대화해보고 녹화에 임하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참가자에게 지역의 특성을 설명하고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으로 진행자의 임무가 끝나는 게 아니다. 이처럼 여행과 지역에 대한 감성 전달이란 쉬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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