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 6년만에 부활의 노래
‘아빠! 어디가?’ ‘진짜사나이’ 억지웃음 유발 대신 자연스러움 어필 살아있는 내용으로 시청자 끌어들여
1988년 11월 출범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무수한 히트 예능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일밤’ 자체가 한국 버라이어티의 역사다. 하지만 2008년부터 침체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일밤’은 이름을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단명하는 코너들이 속출했다. ‘대망’ ‘퀴즈프린스’ ‘오빠밴드’ ‘간다투어’ ‘헌터스’ ‘에코하우스’ ‘단비’ ‘오늘을 즐겨라’ ‘집드림’ ‘바람에 실려’ ‘남심여심’ 등은 ‘일밤’에서 방영됐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시청률 3% 부근대에 머무른 코너들도 꽤 있었다. 일요일 저녁 예능 시청률이 3%도 안 된다면 폐지하라는 신호나 다름없다.
이즈음 ‘일밤’의 킬러콘텐츠가 하나 나오기는 했다. 2011년 3월 첫 방송한 ‘나는 가수다’였다. 오디션 프로그램 붐을 타고 최고의 가창력을 지닌 가수들을 불러모아 경연을 벌인다는 기획물이었다. 국장급인 김영희 PD의 오랜 인적 네트워크가 활용된 프로그램이었기에 아무나 도전할 수 없는 야심찬 프로그램이니 만큼 높은 주목도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오디션물의 피로도가 쌓이며 시즌2가 시즌1의 높은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김재철 사장 재임 시의 장기 파업은 프로그램 완성도를 더욱 떨어뜨렸다. 오랜 기간 ‘일밤’의 침체로 KBS ‘해피선데이’와 SBS ‘일요일이 좋다’는 상대적 반등 효과를 누리고 있었다.
‘매직 콘서트 이것이 마술이다’ 등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코너들은 내보내고 있던 ‘일밤’은 최근 ‘아빠! 어디가?’와 ‘진짜사나이’로 6년 만에 부활의 신호탄을 확실하게 쏘아올렸다. 두 코너의 공통점은 관찰예능이라는 점과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찰예능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사실 윤민수의 아들 후와 성동일의 아들 준, ‘구멍병사’ 샘 해밍턴이 이 정도로 재미를 주고 관심을 받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순수하고 티없는 어린아이들의 예측불가능한 반응들, 추운 데서 야외취침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는 소리에 “보험은 들어 있냐”고 물어보는 샘 해밍턴, 이런 것으로도 충분히 웃음을 준다. 작위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콩트를 하거나 제작진의 연출이 가미되지 않았다. ‘진짜사나이’에서 강한 ‘전우애’를 느낀 나머지 지시를 불이행한 서경석의 이야기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일밤’의 기획자인 권석 CP는 “두 코너 모두 첫 녹화 때는 망한 줄 알았다. 하지만 편집을 하면서 윤후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라든가, 고된 훈련을 끝내고 돌아온 내무반에서 킥킥거리며 나누는 뒷담화 등 오히려 살아 있는 내용과 그림들이 숨어 있었다”면서 “그래서 기존의 예능 구성을 완전히 빼버렸다”고 전했다.
MBC는 이제 ‘일밤’의 오랜 ‘흑역사’를 마무리하고, 굳건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무한도전’과 함께 주말 예능 최강자로 올라섰다. 한동안은 이 추세가 이어질 것 같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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