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잘 나가는 가수였다. 그룹 패닉의 멤버이자, 5집 가수. 카레이서가 된 것은 불현듯 찾아온 ”해봐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는 정말로 억대 연봉을 받는 카레이서가 됐다.
2006년 레이싱을 시작한 이후 우승도 수차례. 김진표(쉐보레 레이싱팁) 지난 5일 열린 헬로비전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GT클래스 1라운드서 또 한 번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류시원이 속한 상대팀(EXR Team 106) 선수 셋을 홀로 상대한 “외로운 싸움”에서 준우승을 한 김진표를 최근 만났다.
▶ ‘레이스는 인생’=”목표는 우승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실제로 우승도 많이 했답니다(웃음).“
이번엔 준우승이었다. 김진표에게 경기를 마친 소감을 묻자 유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정말로 그랬다. 2009년 CJ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슈퍼 1600 클래스 종합우승을 차지했고, 2011년 티빙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슈퍼2000클래스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엑스타 GT 클래스 2라운드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때문에 아쉬움도 지울 수 없었다. 그 아쉬움의 한켠엔 같은 레이싱팀 이재우 감독이 탔던 차량이 엔진결함으로 경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다.
”외로운 싸움이었어요. (류)시원이 형네 팀(EXR Team 106)은 세 명이 출전했는데, 혼자서 셋을 상대한 경기였죠. 레이싱에선 같은 팀이 1, 2위를 하는 것을 원투라고 하는데, 이건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요. 그걸 막았다는 기쁨이 가장 큽니다.“
경기를 마친 직후인지라 김진표는 한편으론 차분했고 또 한편으론 최선을 다한 ‘선수’로서의 여유도 느껴졌다. 단지 ‘멋진 차’로 레이스를 하는 선수가 아닌 트랙 안에서 다양한 삶의 과정을 체득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게 김진표가 꼽는 카레이싱의 매력이기도 했다.
“레이싱은 철저한 마인트컨트롤 싸움이에요. 0.5초에 한 바퀴를 돌게 되는데, 그 순간은 ‘눈 깜빡할 사이’에요. 경합 도중 추월을 하는 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실수를 하기 때문이에요. 레이싱은 욕심을 버리고 침착하게 자신을 다스리면 속도가 빨라지고, 감정 컨트롤을 하지 못하면 실수를 해 느려지게 돼요.”
서킷에서의 질주가 어떤 목표를 향해가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수없이 오르내리는 감정의 곡선들 안에서 자신을 다스릴 줄 알아야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렇다고 혼자만의 힘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김진표는 레이스에서 배웠다. 서로를 의심하는 것도 금물, 어느 한쪽만 잘해서도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트랙 안에서는 모두의 호흡이 맞아야 해요. 드라이버가 아무리 빨라도 차가 느리면 안되고, 반대로 드라이버가 느려도 안돼요. 차의 매케닉을 의심하는 것도 드라이버를 의심해서도 안돼요.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이 매력적이에요.“
▶ 김진표의 ‘최고의 차’=카레이서 8년, 영국 BBC의 인기 자동차 프로그램의 한국판인 ‘탑기어 코리아(XTM)’의 터줏대감으로 살다보니 김진표는 늘 ‘자동차 마니아’로 불린다.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차들을 만났고 슈퍼카도 당연히 있었다. 그에 걸맞은 이름값을 하는 ‘페라리 458 이탈리아’와 ‘마세라티’였다. 김진표는 페라리 458에 대해 “트랙에서도, 공도에서도 굉장히 편하고, 빨리 달릴 줄 아는 차”라고 칭찬했고, 마세라티에 대해 “엄청나게 비싼 가격 때문에 허세 심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라고 생각했는데, ‘기가 막힌 괴짜들’이 만든 차”라며 혀를 내둘렀다.
일상에서도 슈퍼카 마니아일까. 차가 좋아 “자습서보다 자동차 잡지를 더 많이 봤다”는 그의 첫 애마는 ‘스포츠카’라기엔 너무 느린 현대 티뷰론이었고, 지금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다. 그는 이 차를 “말도 안 되는 SUV”라고 표현했다. 김진표에겐 “두루뭉술해서 여러 특성을 품고 있는 차보다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한 가지 성향을 드러낸 차가 ‘최고의 차’”라는 애정 어린 답이었다. ”한군데로 그래프가 쏠린 ‘덕후’ 같은 차“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레이싱을 하지 않을 때는 오히려 스포츠카를 타려고 했는데, 레이싱을 하면 그런 욕구가 해소돼요. 공도에서는 람보르기니처럼 제아무리 비싼 차라도 레이싱카만큼의 멋진 기분을 선사해주지는 않아요. 편안한 차가 제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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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지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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