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갑을 파문’으로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곳은 유통업계다. 유통업은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선택을 받는 영역이면서 이미지로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업종이다. 그러나 내 가족이 먹고 입고 쓰는 제품의 이면에 ‘을(乙)의 눈물’이 맺혀있었다는 그간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당장 불매운동 등으로 부정적인 여파가 돌아왔다.
100년 갈 수 있는 파트너십이 있지 않고서는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는 불안감이 유통업계 전반에 퍼졌다. 유통가에서 ‘갑(甲)’과 ‘을(乙)’이란 굴레를 털고 동반성장으로 나가기 위해 찾은 방법은 ‘역지사지’와 ‘스킨십 경영’이다.
‘역지사지’는 흔히 ‘갑’이라 볼 수 있는 본사 직원들이 ‘을’로 불리는 협력사 직원들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부터 매장 관리자와 일반사원이 서로 역할을 바꿔 체험하는 역지사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우리는 항상 을(乙)입니다’라는 글귀를 수첩 등에 새겨넣고 ‘섬김 마인드’를 강조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협력사 직원에게 반말을 한 직원을 상대로 2주간의 대기발령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대표들이 직접 나서는 스킨십 경영도 활발해졌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는 지난 14일 협력사를 방문해 고충을 직접 듣고, 동반성장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협력사들의 모임인 ‘CJ파트너스클럽’을 운영하면서, 협력사의 고충을 처리하거나 지원하는 방안 등을 주기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김철하 대표가 협력업체운영지원단 총괄 고문을 맡고, 지원단 인원도 기존 5명에서 10명으로 확대하는 등 CJ파트너스클럽의 역할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임직원들이 매장 현장 근무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협력사 직원들과의 ‘풀뿌리 소통’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마트의 새로운 현장근무 지침은 지난 1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본사 임직원 800여명은 순환제로 매달 2번씩 현장근무를 하게 된다. 상품을 개발하고 매입하는 상품본부 직원들은 매장에서 후방창고 정리정돈을 하고, 고객서비스 본부 직원들은 검품에서부터 진열, 판매 등의 후방업무를 하는 식이다.
‘갑’과 ‘을’이라는 묘한 관계에 있던 직원들을 한 식구로 껴안는 정책을 펴기도 한다. 신세계그룹은 의류 판매, 진열, 캐셔 등 사업장에서 일을 하지만 비정규직으로 있던 직원 1만여명을 지난 4월과 5월에 걸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후 정규직 전환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지난해 8월 직원복지용으로 인수했던 영랑호리조트를 ‘풀었다’. 다음달부터 대리 이하 사원급 직원 3만2000여명에게 영랑호리조트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정규직 전환 직원을 포함한 직원 30여명에게 일본 도쿄 식품매장 연수를 보내기도 했다. 신세계는 올해 총 300여명의 직원에게 일본이나 홍콩 등 선진 유통을 체험할 수 있는 연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