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방폐장 19년걸렸는데… 안전성·부지조건 등 산넘어 산
부품 비리로 다시 촉발된 ‘원자력 발전 갈등’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 핵연료) 처리장 논의로 확산될 전망이다.
원전에 쓰이고 남은 핵연료 물질인 ‘사용 후 핵연료’의 저장공간이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인 방폐장 건설 논의는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경북 경주에 중ㆍ저준위 방폐장을 짓는데도 ‘굴업도 사태’와 ‘부안 사태’ 등 엄청난 홍역을 치르며 무려 19년이나 걸렸다는 점에서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결코 쉽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고 사용 후 핵연료 관리대책 추진계획(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중 정부 자문기구 성격의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중간저장시설의 위치와 운영기간 및 방식, 부지 선정 절차, 유치지역 지원 방안 등을 포함한 대정부 권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공론화(1년6개월), 부지 선정(3년), 건설(7년) 등 11년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원전 부품비리로 촉발된 ‘원전 갈등’과 직면하면서 공론화위원회조차 출범시키지도 못하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상반기 출범은 이미 물건너간 셈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때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공론화 절차를 투명하게 거쳐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논의가 결코 쉽지 않겠지만 이제는 함께 만나 조율해 나가야 한다”며 “백지상태에서 모두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데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들이 결코 녹록지 않다. 사용 후 핵연료 관리가 부지 조건과 건설, 관리기간, 안전성 등 모든 제반여건이 중ㆍ저준위 폐기물에 비해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간저장시설뿐 아니라 임시저장시설을 확충하는 방안도 계획안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간저장시설이 향후 최종 처분장과 재처리 시설과 연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공론화 주제와 방식, 일정에 이르기까지 백지상태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대로 중구난방으로 논의가 이뤄질 경우 공론화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적지 않다.
이 대표는 “공론화 과정의 기한을 정하기보다는 충분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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