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상황선 젊은피보단 노련미 절실…P&G의 앨런 조지 래플리·JC페니의 마이크 울만 등 속속 복귀 ‘제2의 잡스’기대애플이
애플이 위기에 빠져 있던 1997년, 스티브 잡스가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퇴출당한 지 12년 만이다.
잡스의 영입으로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개발, 세계에서 가장 혁신하는 회사로 우뚝 섰다. 잡스의 자유로움과 상상력의 힘이 기술과 디자인에 접목되면서 애플은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커피 전문 체인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최고경영자(CEO)는 스타벅스가 미국 내 매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감소를 겪고 있던 2008년 복귀했다. 그는 복귀 후 혁신 어젠다를 실천, 2년 만에 전무후무한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위기 상황에서는 젊은 피보다 노련미가 정답일까. 세계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제2의 잡스나 슐츠를 기대하며 글로벌 재계에 노장 귀환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최대 소비재업체 프록터앤갬블(P&G)과 미국 대형 백화점 체인 JC페니가 대표적이다.
P&G는 지난달 23일 앨런 조지 래플리(65) 회장 겸 전 CEO의 복귀를 선언했다. 이사회는 6월 말 임기가 끝나는 밥 맥도널드 CEO의 후임에 33년간 P&G에서 일했고 2000~2009년 경영을 맡았던 래플리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0년 400억달러를 넘지 못했던 P&G의 매출을 5년 동안 44% 끌어올린 인물이다. 비즈니스위크는 래플리 전 CEO의 복귀를 ‘영웅의 귀환’이라고 표현했다. 또 블룸버그는 그가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래플리는 위기 상황을 진화하고 후계자를 뽑은 다음, 2~3년 후 일선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P&G는 제품과 브랜드를 네 부문으로 정리하고 각각의 수장을 곧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하나가 후임 CEO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P&G는 1837년 영국 출신 양초 제조업자 윌리엄 프록터와 아일랜드 출신 비누 제조업자 제임스 갬블이 미국 신시내티에서 두 업체를 합병하면서 탄생됐다. P&G는 이후 170여년간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피해가진 못하고 있다. 더욱이 경쟁 업체인 유니레버가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맹추격을 해오고 있다. 특히 신흥 시장에서 P&G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래플리 신임 CEO는 임직원들에게 “선진국 시장 강화와 함께 개발도상국 시장의 발전 모멘텀을 유지하겠다”면서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P&G의 과제”라고 말했다.
JC페니 역시 최근 론 존슨 CEO 경질을 밝혔다. 대신 그의 전임이었던 마이크 울만이 경영에 복귀한다. 존슨은 애플스토어 신화를 이끈 주인공이다. 2001년 ‘애플스토어’라는 오프라인 매장 마케팅을 주도해 큰 성공을 거뒀으며, 경영 부진에 시달리던 JC페니에 전격 스카우트되며 화제가 됐다.
하지만 회사 이사진은 “불만 끄고 끝내는 소방수(론 존슨)로는 안 된다”면서 “경험이 풍부한, 그리고 (불에 탄 산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소방수가 필요하다”며 CEO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조금 다른 경우지만 미국 최대 전자제품 소매업체 베스트바이도 회장직에서 지난해 6월 물러난 리처드 슐츠를 명예회장으로 복귀시켰다. 현 CEO인 허버트 졸리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졸리가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소매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저가 보장제 등 새롭게 시도한 정책이 효과를 보기 시작하자 여세를 몰아가겠다며 불렀다.
낸시 코언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들은 열정과 함께 제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이성을 갖추고 있다. 문제점이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이 되고, 신임들처럼 회사 장악을 위한 시간도 필요치 않다”면서 최근 기업들에서 불고 있는 ‘옛 CEO 재기용 바람’을 설명했다.
찰스 엘슨 델라웨어대 웨인버그기업관리센터 대표도 “기업들이 시장에 확신을 가져다주고 주가를 안정시킬 수 있으면서 직원들이 잘 아는 그런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창업 1세대가 경영 일선에 있는 중국에서도 옛 CEO를 구원투수로 불러들인 사례가 있다. 세계 2위 PC 제조업체 롄샹(聯想ㆍ레노버)의 류촨즈(柳傳志) 창업자다. 그는 2005년 레노버의 IBM PC 사업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뒤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닥치며 적자 경영으로 위기를 맞게 되자 2009년 2월 경영에 복귀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레노버가 델(DELL)을 제치고 2위 PC 제조업체로 부상하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사진=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
hanir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