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중순이래 달러대비 3% 강세 유로존 4분기 경제 회복 전망 유로 캐리트레이드 청산도 한몫
유로화가 세계 금융시장 요동 속에 ‘예상 밖 오아시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양적 완화 축소 시사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과 고위험 자산에서 발을 빼면서 유로화를 새로운 도피처로 여기는 것이다.
실제로 ‘버냉키발’ 출구 공포에 미국과 일본 증시는 물론 신흥국 채권시장까지 요동친 널뛰기 장세 속에서 유로화는 뜻밖의 견조세를 나타냈다.
유로화는 5월 중순 이래 달러 대비 3% 강세를 보였다. 지난 14일에는 달러/유로 환율이 1.3314달러로, 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극심한 재정위기로 존폐의 위기를 겪었던 2010년 당시 1유로 가치가 1.2달러를 하회했던 때에 비하면 선방한 것이다.
17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지난 수년간 지속된 세계 금융시장 혼란의 한복판에서 자주 발생한 통화의 극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은 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 경제 침체와 유로화 붕괴 가능성을 운운하며 유로화 하락에 베팅해왔다.
하지만 최근 2주간 유로화 하락에 베팅하는 포지션은 90% 감소했다고 미국 상품선물거래소(CFTC)가 밝혔다.
WSJ에 따르면, 많은 투자자가 유럽의 경제 침체와 실업률 상승, 남유럽 국가들의 부채위기 등 당면과제에도 불구하고 유로화가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규모로 거래되는 준비통화(reserve currency)로서의 유로화 지위와 절체절명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소재 콘스텔레이션웰스어드바이저의 수석투자전문가인 샘 캐츠맨은 “유로에 대항해 베팅하기 힘들다”면서 “미국에서 달러 찍어내는 것을 멈출 때까지 바람은 유로 회귀 쪽으로 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더 위험하고 덜 거래되는’ 호주달러와 같은 고수익 통화를 외면하고, 달러나 엔과 같은 안전 자산과 마찬가지로 유로화를 더 많이 보유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이 밖에도 최근의 유로 강세에는 유로존 경기 모멘텀 회복 전망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부양책 부재, 유로 캐리트레이드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는 유럽의 지속된 경기 침체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긴축에서 성장으로 정책 전환이 가시화한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한 4월 유로존 산업생산이 3개월 연속 상승한 것이 근거다. 또 그리스 신용 등급이 상향조정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유럽 경제가 연말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기도 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역시 지난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로존 경제활동이 느리겠지만 올해 말부터는 안정되며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드라기 총재가 기준 금리를 현행 0.5%로 동결하면서 추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은 것도 유로화 통화량 증가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며 통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WSJ는 또 금리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Fed의 출구 전략 이전에 캐리트레이드 청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를 반영하듯 “유로화는 지난달 초 대비 호주달러에 비해 10% 상승했다”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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