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3회> 바람에 맞서는 법 52
헛다리짚기로는 유민 회장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신희영이 비교적 사소한 일에 헛품을 팔았다면 오히려 유민 회장은 거국적으로 헛짓을 하더라는 것이 문제였다. 요즘 유행하는 속된 말로 뻘짓이라고 하던가, 삽질이라고 하던가?
뻘짓이든, 삽질이든 유민 회장의 문제는 심각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는 모기를 잡기 위해 대포를 쏘고 있는 셈이었다.
“오늘 밤 아홉 시 뉴스 직전에도 동물보호 광고가 나가는 게야?”
“아닙니다. 오늘 밤엔 밀리터리 룩으로 광고를 제작한다는 보고가 들어와 있습니다.”
“밀리터리 룩? 그게 뭔 소리야?”
“그게… 일종의 패션용어인 모양입니다, 회장님. 요즘 젊은이들이 군복처럼 생겨먹은 옷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늘 촬영한 광고 컨셉이 뭐라더라… ‘야성에 가려진 청순함’이라던가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여성 골퍼의 알몸 위에 달랑 군복 한 벌을 입히고….”
“달랑? 알몸 위에?”
“네, 회장님. 촬영감독의 설명에 의하자면… 모래바람에 군복자락이 펄럭일 때마다 그게 살짝살짝 드러난다고 합니다.”
“그게 뭔데?”
“그거요, 회장님. 그… 봉긋하고….”
“알았어. 대충 알 만하군. 잘하면 우리 광고가 젊은이들 간에 인기깨나 끌겠어. 하지만 인기 좀 끌면 뭐해? 제품 고지가 되어야지. HY 훌 푸드인지 뭔지 하는 3류 회사 광고를 흉내라도 내려는 거야? 식품회사 광고에 어째서 남자 모델이 팬티만 걸치고 나오느냐고? 피장파장 아니야? 함께 따라나간 비서들은 뭐라고들 하던가?”
“나중에 무슨 극적인 반전이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회장님. 제 생각입니다만… 차제에 우리도 패션업계에 발을 들여놓는 게 좋지 않을까요?”
“뭐야? 우리도 옷 장사를 해보자고?”
“제련업은 덩치는 크지만… 소비자들과 직접 맞대면해서 소통할 수는 없는 업종입니다. 그게 큰 단점이지요. 하지만 패션산업에 진출하면 날마다 고객들과 호흡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겠지요.”
“그래? 패션 장사를 해서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인기를 끌면…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도 있을까?”
“가능합니다, 회장님.”
“그래? 자네 직급이 뭐지? 부장인가?”
“네, 아직… 부장입니다.”
“아직 부장이라고? 좋아. 당장에 우리 회사가 패션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 타당성, 진출 이후의 성장예측, 준비자금 등등 포괄적인 기획안을 작성해봐. 특히 이번 선거 이후에 새로 구성될 정부와 손잡고 벌여볼 만한 일도 염두에 두고 기획하도록!”
“네?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게 헛다리짚기, 뻘짓, 삽질 아니고 뭐란 말인가? 대선주자를 위시한 높은 양반들은 이미 유민 회장을 가마솥에 집어넣고 불을 지피는 판국인데, 아직 물이 끓지 않았다고 유유자적하는 꼴이 실로 가관이었다. 뭐? 정부와 손을 잡아? 무소속 국회의원?
“기획안 짜는 김에… 내 아들 유호성을 국제적인 패션모델로도 성공시킬 수 있는 안도 마련해봐. 랠리선수로만 키우기엔 너무 아까운 아이거든?”
이렇게 대포를 쏘며 오두방정을 떠는데… 과연 모기 한 마리라도 잡힐지가 걱정이었다.
mee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