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진주의료원’해산 조례안 통과…현장에 가다
“적자누적·강성노조탓 폐업 불가피” 경남도의회 11일 해산 조례안 처리
5년째 임금 동결…귀족노조라니… 노조 “정상화땐 고통분담도 감수” 극한 갈등속 물꼬터줄 ‘대화’ 요구 시민단체는 복지부에 주민감사 청구
6월의 때이른 뙤약볕이 내리쬐던 진주의료원 앞마당 잔디밭에는 제멋대로 자라난 잡초 사이로 폐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다.
경남도의 폐업 발표와 도의회의 해산안 조례가 통과된 이후에도 19일째 점거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진주의료원. 의료원 입구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밖에는 경남도가 파견한 공무원이 줄지어 앉아 있고, 출동한 3개 중대병력의 경찰이 의료원 주위를 지키고 있었다. 입구 옆에는 보건의료단체가 쳐놓은 텐트농성장도 눈에 띄었다.
노조 측의 허락을 얻어 어렵게 얇디얇은 유리문을 통과해 들어갈 수 있었다. 뜻밖에 유리문 안에선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새로운 농성가를 연습하는 모양이었다.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노랫말이 귓가에 거슬렸다. “아직도 희망을 노래하나?” 의문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강연배 실장이 다가왔다. 다짜고짜 아직도 희망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번 사태로 공공의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저희 노조원도 그동안 지역주민에게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였습니다. 홍준표 지사 덕분에 정부가 공공의료 정책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이는 곧 공공의료 발전으로 이어질 것을 확신합니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공공의료 발전의 또다른 가능성으로 보고 있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강 실장은 폐업 철회와 정상화를 위해 ‘사회적 대화’를 강조했다. 극한의 갈등으로 더이상의 대화가 불가능한 경남도와 노조 사이에서 대화의 물꼬를 터줄 제3의 대화체를 의미했다. 지역의 각계각층이 참여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일정 수준으로 병상을 줄여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고 구조조정을 요구한다면 노조 측에서도 고통분담을 감수할 자세가 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경남도의 귀족노조 주장 얘기에 헛웃음이 흘렀다. “공무원보다도 훨씬 적게 받고 있고, 그마저도 5년 동안 임금이 동결되어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의 급여가 300만원에 훨씬 못 미친다”며 “귀족노조 운운은 경남도가 폐업의 책임을 노조 측에 전가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누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여성으로 구성된 노조원은 강성도 아니고, 정치9단 홍 지사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순진한 노조라고 보는 게 맞다는 설명이었다.
폐업논리로 내세운 적자운영은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수익성이 낮아져 상대적으로 인건비 비중이 높아 보이는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성도 하고 있었다. 그동안 노사 간 갈등으로 지역주민에게 더욱 다가서지 못했던 점은 분명한 절못이라고 시인했다. 지역사회의 경영참여 확대와 결혼 이주여성을 위한 산전서비스 등 공공의료 서비스 강화 대책도 세웠다. 또한 폐업 발표 이후 민간조사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진주시민의 67%가 재개원을 원하고 있다며 남아있는 직원과 명퇴직원을 재고용해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차량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경남도청의 분위기는 긴장감이 더했다. 해산안 강행처리 이후 청사 출입구를 경찰버스로 겹겹이 가로막고 출입하는 모든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3개 중대병력의 경찰이 입구 옆에서 대기해 있었다.
경남도의 입장은 뚜렷했다. 적자누적과 방만경영으로 회생 가능성 없어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것. 홍 지사는 “강성노조의 해방구가 된 진주의료원의 해산안이 처리된 만큼 후속 절차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경남도는 “고질적인 적자누적과 강성노조로 인해 경영정상화가 어려워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진주의료원을 살리려면 279억원의 누적적자를 갚고 매년 70억원씩 발생하는 손실도 보전해줘야 하고 이렇게 투입된 세금은 도민 전체의 의료복지가 아니라 강성귀족 노조원의 초법적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폐업이유를 밝혔다.
경남도의 폐업 발표와 도의회 해산안 처리가 강행되자 진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한 경남도에 대한 주민감사청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해놓은 상황이다. 공공의료기관의 폐업 여부는 수해 당사자인 지역주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진주시에 거주하는 박대현(55) 씨는 “진주의료원 문제가 누구의 책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열악한 지역 의료수준을 볼 때 진주의료원은 지역주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강조하고 진주의료원의 정상화를 위해 정치권과 의료계가 함께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흑백논리와 상대방을 혐오하는 적대적 관점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가 없기에 상생을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역사회는 조언하고 있다.
진주=윤정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