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dating violence)이란 말이 있다. 연인관계에서 벌어지는 심리적ㆍ정서적ㆍ물리적ㆍ경제적 폭력행위를 말한다. 외국에선 이 문제가 꽤 심각하다고 한다. 미국은 매년 2월을 ‘데이트폭력 근절의 달’로 지정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여성 데이트폭력 피해 예방 대책(PSA)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범죄자와 피해자가 애인관계인 사건이 매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일부 사건은 폭력이란 말이 부족할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달 24일 부산에서는 40대 남성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며 8년간 사귀던 여성을 마구 폭행한 뒤 방화 살해까지 의심받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18일엔 60대 남성이 내연관계에 있던 50대 여성을 엽총으로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 3월엔 자신과 헤어진 뒤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이유로 전(前) 여자친구를 폭행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애인관계에서 벌어진 강력범죄만 9912건에 달한다. 살인은 99건, 강도는 30건, 강간ㆍ강제추행은 409건, 폭력은 8646건이었다. 2만여명 연인 사이에서 끔찍한 범죄가 벌어진 셈이다. 같은 해 절도가 729건에 그친 점을 감안할 때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남녀 사이의 잘못된 편견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이수연 평등문화정책센터장은 “요즘에도 여성은 노(No)를 했는데 남성은 예스(Yes)로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는 일부 남성의 잘못된 의식이 자신의 비뚤어진 소유욕과 폭력적인 성향을 못 보게 한다는 얘기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거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데이트폭력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특히 폭력 이후에도 ‘헤어질 만큼 심하지 않아서’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헤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데이트폭력의 일상화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에 대한 면죄부를 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너그러움이야말로 남녀 사이의 편견을 더욱 뿌리 깊게 하는 원천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