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객행위 하다 흉기 휘두르고 “손님 먼저태우겠다 ”시비 예사
같은회사 기사끼리 폭행 일쑤 동료애 옛말 사적대화도 없어
택시기사 간의 ‘승객 확보 전쟁’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택시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기사들이 호객행위 중 욕설과 멱살잡이를 하다 심지어 칼부림을 하는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새벽 1시께 서울 사당역 5번 출구 앞 도로에서는 택시기사 A(43) 씨가 동료 택시기사를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A 씨는 동료 택시기사인 B(29) 씨와 장거리 승객을 태우는 문제로 다투다 갖고 있던 12㎝ 등산용 칼로 B 씨의 가슴ㆍ머리를 5차례 찌르고 달아났다. 이들은 손님을 태우려고 길가에 택시를 세워놓고 기다리다 서로 합승 승객을 먼저 태우겠다며 시비를 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택시기사들은 줄을 만들어 손님을 기다리는 소위 ‘줄타기’ 중 싸움이 잦다고 전한다. 지난 2월 송파구 신천역 부근에선 줄의 맨앞 택시가 손님을 마중하러 출발했으나 줄 밖의 택시가 손님을 채 가려 하자 기사끼리 주먹다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35년 경력의 택시운전기사 C(57) 씨는 “같은 회사 기사도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당장 사납금을 채워야 하는 입장에서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했다.
지난달 8일 밤 11시께 택시기사 D(63) 씨는 뺑소니 자진신고를 위해 경찰서 교통조사계를 찾았다. D 씨는 이날 밤 10시께 남성 승객을 태우고 서울 광진구 노룬산 시장 부근에서 우회전을 시도했다. 앞차가 꿈쩍도 하지 않자 뒷좌석에 타고 있던 승객이 앞차에 욕설을 하며 갑자기 뒷문을 열었다. 택시는 이와 동시에 출발했고, 승객은 나동그라져 찰과상을 입었다. 승객은 “괜찮다”며 사라졌지만, D 씨는 경찰서로 차를 몰았다.
그는 “이 장면을 목격한 주변 택시기사도 뺑소니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포상금을 받기 위해 신고할까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6년째 택시를 운전한 E(31) 씨는 “사납금과 연료비를 떠올리면 ‘몇시까지 최소한 얼마를 벌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기준을 못 채우면 하루를 공쳤다는 스트레스를 받고 다른 기사와 더 심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한정된 파이를 두고 경쟁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택시 한 대당 일일 수송인원은 1999년 약 60명에서 50명대로, 2010년엔 50명에서 40명대로 뚝 떨어졌다”며 “그러나 택시 수는 1995년 20만대에서 현재 25만대로 5만여대 더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지웅ㆍ이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