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희 선수가 LPGA에서 첫 승을 했으니까 70점 정도, 화이트컬러 볼도 이제 막 시작했으니 50점. 평균하면 60점 정도 줄 수 있네요.”

2013년 상반기 성적을 묻자 예상 밖으로 박한 점수가 나왔다. 골프계에서 올시즌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을 하고 눈에 띄는 성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는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는 식이다. 대신 하반기 목표를 말하는 그의 눈빛이 더 날카로워졌다.

국산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의 문경안(55) 회장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올 상반기 두 차례의 역사적인 발걸음을 뗐지만 가야할 길이 더 멀다고 한다. 지난 5월27일 소속 선수인 이일희(25)가 노란색 볼빅공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국산 볼빅 공으로 LPGA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5월1일엔 프리미엄 화이트볼 ‘White Color S3’와 ‘White Color S4’를 출시했다. ‘컬러볼 대명사’ 볼빅이 치열한 화이트볼 ‘정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문경안 볼빅 회장<br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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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볼이 미국 무대에서 태극기를 꽂았다.” 볼빅 선수 이일희는 5월 LPGA에서 첫우승한 후 이렇게 말하며 기뻐했다. 문경안 볼빅 회장은 후반기 LPGA에서 두 번 더 태극기를 꽂겠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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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문경안 볼빅 회장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문경안 볼빅 회장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국산 볼이 미국 무대에서 태극기를 꽂았다.” 볼빅 선수 이일희는 5월 LPGA에서 첫우승한 후 이렇게 말하며 기뻐했다. 문경안 볼빅 회장은 후반기 LPGA에서 두 번 더 태극기를 꽂겠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문경안 회장은 “출시한 지 두 달 됐는데 재발주가 쇄도하는 등 시장 반응이 좋다. 특히 선수들 입소문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게 고무적이다. 소속 선수인 박현빈은 화이트볼을 쓴지 2주 만에 해피니스 광주은행 오픈에서 준우승했다. 성공적인 출발이다”고 자평했다.

‘이일희 효과’도 컸다. 이일희가 우승하자 콧대높던 미국 뉴저지 스톡턴 시뷰 골프장이 “이일희가 우승한 공이라면 입점해도 좋다”며 걸어 잠갔던 문을 활짝 열었다.

문경안 회장은 철강유통 업체인 ㈜비엠스틸을 경영하던 중 2009년 볼빅을 인수했다. 클럽챔피언(신원CC·베스트스코어 4언더파 68타)을 했을 정도로 워낙 골프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적자투성이 회사였다. 가장 큰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국산품=싸구려’라는 이미지를 없애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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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만큼은 자신있었거든요. 주위 사람들에게 써보라고 주면 다들 품질은 정말 좋대요. 하지만 막상 돈 주고 사라고 하면 ‘글쎄’ 하며 고개를 갸웃하더라고요. 국산공은 ‘공짜로 얻어야 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거죠. ‘글쎄’를 ‘예스(Yes)’로 바꾸는 일, 그게 볼빅 마케팅의 시작이었습니다.”

4피스 공을 대표상품으로 내세웠다. 4피스 골프공은 코어(중심핵)와 두 겹의 중간층, 커버 등 네 겹 구조로 돼 있다. 상당한 기술력과 까다롭고 긴 공정이 필요하다. 두번째는 ‘공격적인 마케팅’이었다. 브랜드 가치를 입히는 일이었다. 프로 선수를 대상으로 ‘볼빅 공을 사용해 우승하면 1억원 드립니다’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처음으로 프로 선수들과 계약하고 ‘프로가 쓰는 공’이라는 이미지를 심어나갔다. 문 회장은 “공격적 마케팅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전쟁 나가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좋은 공을 여러 사람들이 쓰도록 만들기 위해선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여기에다 옐로, 핑크, 오렌지의 선명한 색깔을 입힌 컬러볼이 대박을 쳤다. 기존의 컬러볼들은 딤플이 메워지기 때문에 거리 손실이 있었지만 볼빅은 독자 기술로 화이트보다 오히려 적은 안료를 써서 성능을 높였다. 이에 힘입어 인수 당시 3%에 불과하던 컬러볼 시장 점유율을 1년 만에 30%대로 끌어올렸고, 매출 역시 10배 이상 증가한 280억원(2012년 기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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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부터는 LPGA에 눈을 돌려 매년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투자하며 2부 투어 공식 연습구와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볼빅이 후원하는 프로선수는 모두 26명. LPGA 선수 중엔 이일희를 비롯해 린지 라이트(호주), 태국의 유망주 포나농 파트룸 등 11명이 볼빅 볼을 사용한다.

문 회장은 “지금 이 자리에 오는 데 4년 걸렸다. 괜히 인수했다 싶을 때도 있었다”고 웃으며 “핸드폰과 가전제품도 국산이 세계 최고 아닌가. 그런데 왜 1등 스포츠 국가에서 만드는 용품에는 편견을 갖고 있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문경안 회장은 하반기 목표를 ‘화이트볼 시장 점유율 20%’로 잡았다. 그는 “또 다른 목표는 올해 LPGA 3승이다. 이일희가 첫승을 했으니 2승을 더하면 된다”며 “3승 하면 유럽여행을 가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두바이에 가고 싶어하더라. 올 연말에 소속 선수들 모두 두바이 여행을 보내주는 불상사(?)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껄껄 웃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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