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의 작품으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모습을 파헤쳤던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로 돌아왔다.

‘설국열차’의 원작만화를 접한 봉 감독은 ‘기차’라는 매혹적인 공간에 매료,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비좁은 일직선의 기차 안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갑자기 찾아온 빙하기, 인류의 멸망 위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한 대의 기차가 끝없는 궤도를 질주한다. 땅에서 걷던 그들은 이제 흔들리는 쇳덩이를 자신의 새로운 땅으로 삼게 된다.

시간은 흘러 흔들리는 쇳덩이를 본래 자신의 땅으로 생각하는 ‘트레인 베이비(Train Baby)’들이 태어나고, 이들은 날 때부터 정해진 위치에서 정해진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앞쪽 칸 사람들과 달리 꼬리 칸 사람들의 생활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식량인 ‘단백질 블록(Protein Block)’을 주식으로 삼으며, 무장 병사의 통제 하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언제나 그렇듯 이들 중 가슴 속에 뜨거운 불꽃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 생존을 위한 폭동을 일으킨다. 꼬리 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열차의 보안설계자 남궁민수(송강호 분)의 도움으로 열차의 앞으로 한 칸씩 나아가게 된다.

물론 그들의 발걸음 아래에는 꼬리 칸 사람들의 무수한 희생이 뒤따르게 된다. 열차 칸에 정해진 계급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설국열차’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강자와 약자 등의 관계에서 오는 인류의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주제는 봉 감독 특유의 한국적 감각과 어우러져 새롭게 창조된 ‘설국열차’안에 녹아들었다.

우회할 수 없는 일직선의 기차 안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충돌은 관객들에게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하게 된다. ‘사람답게’ 살고 싶은 꼬리 칸 사람들의 원초적 욕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봉 감독은 이를 과장되거나 억지로 풀어내려 하지 않으며, 다양한 상황들을 제시해 관객들이 스스로에 대한 답을 찾길 바라고 있다.

인류 멸망 이후 ‘노아의 방주’ 같은 열차에 올라탄 사람들의 최후는 오는 8월 1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설국열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