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수집품 예상보다 양적 · 질적 떨어져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집행에 나선 가운데 압수해온 장남 재국 씨가 소유한 미술품의 규모나 가치가 기존에 알려진 수준보다 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전 씨 일가가 자신의 재산에 대한 추징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작품의 일부를 몰래 판매하거나 빼돌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집행팀’(팀장 김형준) 관계자는 22일 “환수를 위해 압수해온 미술품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전체를 정밀감정하는 것은 비용 등에 문제가 있어, 보관 중인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연구사들의 1차 감정을 거친 후, 이를 통과한 작품만 정밀감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는 작품 중 위작이거나, 진품이라도 가치가 매우 떨어지는 작품들이 일부 섞여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검찰이 이번에 압수한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실크스크린)의 경우 미국의 예술 관련 사이트에서 1만~1만4000달러(한화 1200만~1680만원) 선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화의 일종인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250개나 만들어진 데다 다른 형태의 판본으로도 1000개, 1700개가 만들어지는 등 다작돼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치고는 값어치가 낮다는 것이다.

미술 전문가들은 전 씨가 소장한 미술품의 수량이나 질이 예전에 알려진 것보다 떨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홍익대의 한 교수는 “현재 검찰이 압수해 왔다는 작품이 기존에 화랑가 등에서 소문난 것에 비해 수량이나 질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랑계에서는 전 씨 일가가 보유한 작품 중 일부가 이미 경매시장에 나와 많이 팔려나갔다는 소문도 돌았다. 한 경매 관계자는 “경제 불황으로 작품거래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가운데서도, 전 씨 수장고에 있다는 천경자, 이대원, 김종학, 배병우, 박수근 씨 등의 작품은 예년의 수준으로 경매에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상반기에는 서울옥션에만도 천경자 6개, 박수근 2개, 이대원 8개, 김종학 15개, 배병우 4개 등의 작품이 나왔는데, 이는 예년에 비해 다소 늘거나 비슷한 수치다.

이에 따라 속칭 ‘전두환 추징법’으로 알려진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가시화되자 미술품 압수ㆍ압류 등을 염두에 두고 돈이 되는 작품은 미리 팔아 현금화해 감추거나, 아니면 팔아치웠다는 소문만 내고 은닉했을 가능성 등이 점쳐지고 있다.

한편, 전 씨 수장고에서 나온 차남 재용 씨의 그림에 대해서 업계 관계자는 “그림 쪽에서는 전두환 씨의 아들이라는 이름값은 별 가치가 없다. (6호) 그림 한 개당 100만원 정도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국 씨는 미국 유학 생활 당시 미술에 관심을 가진 미술애호가다. 유학 생활 동안 뉴욕에 있는 유명 미술관을 자주 찾은 그는 지난 1994년 아르비방이라는 잡지를 냈으며, 1996년에는 시공사에서 국내현대미술작가총서 ‘아르비방’ 시리즈를 내기도 했고, 갤러리 서점 아티누스에도 투자하는 등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현 기자ㆍ김다빈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