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생생뉴스] 영국 정부가 대형 담배회사들의 로비에 굴복해 국민의 건강 보호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담뱃갑 포장에서 상표를 없애는 강력한 금연정책이 논란에 휘말렸다.

13일(현지시간) 일간지 인디펜던트를 비롯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2010년부터 검토해온 상표 없는 담뱃갑 제도의 추진을 당분간 유예하기로 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보건장관은 “각계 의견을 청취한 결과 호주에서 시행 중인 담뱃갑 규제의 시행 성과와 영향을 자세히 검토한 이후에 법안 도입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정책 추진 유예 결정은 사실상 담뱃갑 규제를 백지화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보수당의 선거전략 자문위원이 대형 담배회사의 로비활동에 연관된 것으로 드러나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담배업계의 로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보수당이 전략자문 위원으로 영입한 호주 국적 기업인 린턴 크로스비는 자신이 설립한 컨설팅 업체 CTF를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세계 최대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의 영국 내 기업 활동을 지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크로스비는 세계 2위 담배업체인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와도 별도 회사인 크로스비 텍스터를 통해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며, 호주 정부를 상대로 한 담배업계의 로비에도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 모리스를 비롯한 대형 담배회사들은 호주에 이어 각국 정부가 담뱃갑 상표규제를 추진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로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담배회사들은 상표 노출을 금지해 담뱃갑 포장을 통일하면 위조 제품의 유통이 늘어나 오히려 흡연자의 건강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담뱃갑 규제 보류 결정이 발표되자 시민 단체와 보건의료계는 크게 반발했다.

하팔 쿠마르 영국 암연구센터 회장은 “정부가 담배 업계의 압력에 굴복해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을 포기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 출신의 보수당 세라 월라스턴 하원의원은 “이번 결정으로 담배회사와 장의업계가 승리자가 됐다”며 “담배 회사의 이익 때문에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호주가 세계 최초로 모든 담배 제품의 포장을 똑같이 하는 규제를 도입한데 이어 아일랜드와 뉴질랜드, 유럽연합(EU) 등에서도 이 같은 규제방안 시행이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