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은 적합한 전송망만 갖춰 지상파는 콘텐츠에서만 앞서 장단점 가진 양진영 전운 감돌아

디지털방송 시대가 도래하면 이제는 ‘빛의 전쟁’이다. UHD(Ultra High Definition, 초고화질) TV 시대가 오고 있다. 기존 풀HD 방송보다 해상도가 4배나 높은 영상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방송가가 분주해졌다. 발 빠르게 플랫폼을 다진 뒤 영토 확장에 나서려는 방송가의 속내다.

지상파와 케이블은 누가 먼저 ‘UHD 방송’을 시작하느냐를 두고 그간 기싸움을 벌여왔다. 현재 우위에 선 쪽은 케이블 업계가 됐고, 지상파는 경쟁에서 다소 소외된 모습이다. KBS의 경우 지상파 3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차세대 방송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품었지만, 가용 주파수(700㎒ 대역) 확보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미 힘을 합친 5대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올 연말 UHD 채널을 만들어 시범방송을 시작하기로 한 마당에 ‘UHD 방송시대’ 개막 성공의 키는 ‘콘텐츠’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케이블 업계와 가전사는 물론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UHD 방송의 성공 열쇠는 ‘콘텐츠 확보’라는 데에 입을 모으고 있다. 과거 3D 방송이 앞선 기술로 TV 보급에 나섰지만, 콘텐츠의 부재로 활성화에 발목을 잡힌 아픈 기억 때문이다.

갈 길은 멀다. 케이블 업계 5대 MSO가 힘을 모았지만 이들이 보유한 UHD 콘텐츠는 현재 전무하다. MSO에선 때문에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업체인 홈초이스를 통해 영화 등의 VOD를 수급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UHD 콘텐츠 제작에 뛰어드는 것도 쉽지 않다. 방송장비부터 환경, 저장장치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개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제작비도 동반 상승한다.

주파수 문제도 풀지 못한 KBS는 이 부분을 공략해 ‘UHD 콘텐츠 전쟁’을 불러왔다. KBS는 지난 2010년 페이퍼컴퍼니 문화산업전문회사(문전사)를 설립, 드라마제작사 초록뱀미디어와 함께 ‘추노’ 제작에 나섰다. 당시 드라마 시장에선 최초로 시도된 UHD 콘텐츠(4K)였으며, 지금까지도 드라마 중에선 손꼽히는 UHD 완제품이 됐다.

UHD 콘텐츠 제작을 위한 첫걸음은 바로 카메라다. 당시 ‘추노’의 제작에 참여했던 초록뱀미디어의 서장원 제작PD는 “영화촬영에서나 쓰이던 레드원 카메라를 통해 촬영을 진행했다”며 “장비의 장점으로 비교적 손쉽게 찍었으나 카메라가 고화질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제반 여건, 즉 오디오, 조명, 미술장비를 비롯해 후반작업을 하는 편집기계, 저장공간까지 모조리 교체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UHD 콘텐츠 제작의 부담을 전했다. 실제로 제작비는 껑충 뛰었다. 카메라 비용만 회당 1000만원이 추가됐고,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3억원의 초과비용이 발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에 성공했어도 후반작업 시스템이 구비되지 않은 현재의 방송환경에선 UHD 콘텐츠를 완성하기가 쉽지 않다. ‘추노’의 촬영을 담당한 김재환 KBS 촬영감독은 “레드원을 비롯한 4K 카메라로 촬영한 콘텐츠는 기존에 비해 더 많은 저장공간(영화 한 편 기준 40테라 이상)을 필요로 한다”며 “UHD 콘텐츠 제작의 시작은 카메라이지만, 사실 후반작업이 더 중요하다. 충분한 저장공간과 압축과정, CG까지 완벽한 시스템하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의 방송환경에선 4K로 만들어졌어도 2K로 다운사이징해야 하기 때문에 원본 파일을 반드시 보관해둘 별도의 공간은 필수 요소다.

3년 전부터 UHD를 대비해온 KBS는 이 분야의 콘텐츠 강자다. 현재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UHD 시험방송을 하기 위해 스포츠분과 연구반을 가동 중이다. 김대현 KBS 네트워크관리국장은 “디지털 전환으로 예산이 많이 소요돼 미래부에 60억원의 예산안을 요청했다”며 차세대 방송 시대를 향한 준비과정을 전했다.

진정한 ‘꿈의 영상’ 시대는 3박자(TV, 방송사, 콘텐츠)가 맞아야 완성된다. UHD 방송시대 개막을 앞둔 지상파와 케이블의 현재는 ‘엇갈린 운명’이다. 가장 적합한 전송망을 갖춘 케이블은 영토 선점에 성공했지만 콘텐츠는 전무하고, 지상파는 콘텐츠에서 앞서가지만 가용 주파수가 확보될 때까지는 상용화에 무리가 있다. 각각의 장단점을 가진 양 진영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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