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상당수준 확장정책 필요’발언 배경
실업률 석달째 7%대 중반 유지 6월 공공 일자리 7000개 감소 시간제근로자도 급증 하반기 경기둔화 우려도 한몫
완만한 성장세·물가 안정 골디락스형 성장세 기대감 고조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상당한 수준의 경기확장적(accommodative) 통화정책은 당분간 필요하다”며 단기간 내 양적완화 속도 조절이 없을 것임을 시사한 것은 연방정부의 자동 예산삭감, 이른바 시퀘스터(sequester) 등으로 하반기 미국 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 회복속도가 둔화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자칫 성급하게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펼칠 경우 살아나는 듯한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차례에 걸친 양적완화로 3조달러를 시중에 풀면서 돈의 힘으로 미국의 주택과 건설, 소비, 제조업 등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등 전반적인 경기 상황은 호전됐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5월 도매재고도 전달에 비해 0.5% 줄어든 것으로 집계돼 전월 대비로는 2011년 9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반적인 지표 호전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노동시장은 좀처럼 호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업률은 석 달째 7%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하반기 경기 재하강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어 실업률이 재차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경기 성장세가 지나치게 완만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로 종전 수정치인 2.4%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8일 미 예산관리국(OMB)은 2013 회계연도 GDP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0%로 수정했다.
고용 부문에도 눈에 띄지 않는 허점이 도사리고 있다. 6월 민간부문 일자리가 20만2000개 늘어난 반면, 공공부문 일자리는 7000개가 줄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최근 4개월간 정부 차원의 공공부문 일자리 4만개가 사라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시간제근로자 수가 지난 3월 760만명에서 6월 820만명으로 급증하는 등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불안요소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부터 7.6% 수준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는 실업률 또한 경제 회복을 확신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버냉키 의장도 이날 연설에서 “지난달 미국 실업률(7.6%)은 고용시장의 ‘건강’ 상태를 과장되게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며 “노동시장 참가율, 불완전고용, 장기실업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실업률이나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더 경기부양적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거시경제정책의 측면에서도 재정정책이 상당히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버냉키 의장은 제3차 양적완화로 불리는 채권매입 프로그램에 대해 단기적으로 경제에 성장 모멘텀을 제공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도 더 가야 한다”고 밝혀 단기간 내에 채권매입 중단이나 속도조절에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가 1% 수준에 불과, 연준의 장기 목표치(2%)를 밑돌고 있어 경기부양정책을 구사해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도 양적완화를 지속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임을 시사하면서 당분간 미국 경제는 완만한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이 동시에 이뤄지는 ‘골디락스’형 성장세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골디락스(goldilocks)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거의 없는 이상적인 경제상황을 뜻한다. 골디락스는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소녀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다. 소녀는 곰이 끓인 세 가지 수프,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그리고 적당한 것 중에서 적당한 것을 먹고 기뻐하는데, 이것을 경제 상태에 비유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호황을 의미한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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