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잠겼던 국가기록원의 문을 열었지만, 노무현 정부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입장을 파악하기 위한 여야의 논쟁은 또다른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워낙 방대한 자료인데다,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 지가 여의치 않고, 이번 공개로 논란을 끝낼 수 있을 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방대한 문건 언제 다 보나=여야는 7일 ‘NLL’, ‘북방한계선’, ‘남북정상회담’, ‘등거리ㆍ등면적’, ‘군사경계선’ , ‘남북국방장관회담’, ‘장성급회담’ 7개 검색어를 국가기록원에 제출했다. 남북정상회담이 결정된 2007년 8월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만료까지 국가기록원이 보관중인 문서는 총 256만 건에 달한다. 당시 청와대의 최대 현안이 남북정상회담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들 7개 검색어가 포함된 문서는 256만건 가운데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기록원은 빠르면 오는 15일 경 국회에 검색어가 포함된 문건 사본을 제출할 것으로 보이는데,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대략 5명씩 10명을 선발해 기록을 열람한다는 계획이다. 약 100만 건이 검색결과로 제출된다고 가정했을 때, 한 사람이 10만 건 정도를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물리적으로 의원 한 명이 약 5일에서 10일 씩 열람과 기록에만 매달려야 하는 셈이다.

▶공개내용 합의, 쉽게 이뤄질까=밤샘 열람으로 내용을 파악한다고 해도 이를 어떻게 공개할 지가 문제로 남는다. 국가기록원 자료 내용을 일부라도 그대로 공개할 경우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열람한 내용을 두고 여야가 합의한 견해를 공표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공개된 국정원 자료에서도 NLL과 관련해 여야의 시각차는 극명했다. 열람 후에도 상당 기간 그 공개 범위와 해석을 놓고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가기록원 vs. 국정원 본(本) 진위 확인은 어려울 듯=그나마 국가기록원 자료 공개로 참여정부의 NLL에 대한 입장은 어느정도 확인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정원이 왜 남북정상회담록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명박 정부 당시 발췌본은 어떤 경위로 작성됐는 지 등에 대한 의혹은 남을 수 밖에 없다. 국가기록원이 국회에 제공하는 자료가 남북정상회담록 원본 전체가 아니라면 국정원의 대화록의 왜곡 여부도 확인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화록 자체가 녹취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녹취록 파일에 대한 공개 여부도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국정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통해 공개한 2008년 1월 생성된 대화록이 최종본이고, 청와대에 제출해 국가기록원이 가지고 있는 것은 일종의 중간본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국정원이 보유중인 녹취파일 자체를 공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다보니 민주당에서는 “국정원의 누군가가 인수위 또는 MB정부에 갖다주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어느 것이 진본인지에 대한 주장마저 엇갈리는 상황에서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인 대화록을 열람하더라도 정치 논쟁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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