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개월간 야심차게 준비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이 공개되자 후폭풍이 거세다. 5개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함께 13차례의 회의를 거치며 심사숙고해 만들었지만,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며 개편안을 주도한 금융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개편안에 ‘정책금융 수요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개편안의 제1원칙이 ‘수요자 중심의 정책금융 재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율배반적이다. 중소ㆍ벤처기업 등 정책금융 수요자들이 쉽게 지원받도록 정책금융을 기능별ㆍ분야별로 명확히 재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결과적으로는 정책금융 혜택의 축소로 나타나 수요자는 더욱 불편해진다는 것이다.
개편안의 핵심인 ‘통합 산업은행’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통합 산은 체제로 중소ㆍ벤처기업들이 추가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아직 없다. 대출 서류를 제출하는 곳이 정책금융공사에서 산은으로 바뀌는 것뿐이다. 산은이 대기업 직접 대출 위주의 정책금융을 해오다 보니 중소기업 전담 서비스를 위해서는 별도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산은은 아직 관련 계획이 없다.
통합 산은 체제가 되면 채권 발행한도가 줄어 정책금융 역량이 감소할 수 있다. 산은과 정금공이 따로 있을 때는 각각 18조2000억원과 22조1000억원의 자기자본으로 총 1209조원의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통합 산은이 되면 자본이 24조2000억원으로 줄어 발행한도도 726조원으로 500조원 가량 준다.
수출입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번 개편으로 수은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개발금융 등 ‘대형 프로젝트’ 위주로 바뀌면 해외진출 중소기업의 자금 공급은 기업은행으로 넘어간다. 즉 수은의 해외 인프라를 더는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수출 중소기업을 육성하자는 ‘히든챔피언’ 제도는 축소되고 포괄 수출금융, 시설확장 및 증설용 자금대출, 상생자금 대출 등 중소기업 관련 대출도 중단된다.
정부가 이번 개편안을 만들려고 여러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다방면에서 노력한 점은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의견을 듣다 보니 정작 정책금융 수요자는 잊은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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