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기자]허문욱(45) 신임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누구보다 글 쓰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했다. 1993년 서울신탁은행에 입사했다 대한증권(현 교보증권)에서 증권계에 입문한 뒤 담당했던 분야는 시황이다. 당시에는 증권사 리포트가 데이터 분석보다는 작문 비중이 더 컸다. 지금처럼 그래픽이나 표도 화려하지 않았다.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력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글솜씨는 자신이 있었지만 담당 업종인 건설은 경기에 따른 부침이 크다보니 애써 리포트를 작성해도 투자자들에게 크게 어필을 하지 못했다. 20개 업종에서 자신의 리포트를 투자자들이 읽게 하기 위해 생각한 고육지책이 바로 리포트 내 ‘에필로그’였다. 신변잡기 속 단상이 주를 이루지만 다른 딱딱한 리포트와 차별화하는데 성공했다.

퇴근길에 속옷 산 얘기서부터 가족이나 강아지 얘기까지 소재에 제한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13년째를 맞았다. 젊은 펀드매니저를 상대하다보면 ‘도대체 이게 주식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연배와 비슷한 매니저를 만나면 에필로그 얘기부터 먼저 꺼낸다고 허 센터장은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20년 동안 건설만 담당하던 ‘건설바라기’ 애널리스트는 마침내 리서치센터장으로 우뚝 섰다.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가 리서치센터장이 된 경우는 2007년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이 된 문기훈 현 에이스투자자문 감사에 이어 증권업계 두번째이다.

허 센터장은 국내 건설 경기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허 센터장은 “증권사 입사 당시만해도 건설업이 국내 GDP의 20%를 차지하던 시기였는데 지금은 12%대로 뚝 떨어졌다”며 “건설, 철강, 조선 등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는 업종들이 내년부터는 반등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세계 건설 시장은 7조 달러, 이 중 플랜트 부문만 1조 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주는 70조원에 불과하다는게 허 센터장의 설명이다. 중동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에서의 모멘텀이 여전히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하우스’(증권사 내 기업분석을 담당하는 리서치센터를 이르는 말)를 총괄하는 위치에 선 허 센터장은 리서치센터 운영방향에 대해 거창한 포부 대신 한 마디로 요약했다. “젊은 인력을 애널리스트로 흡수해 ‘젊은 하우스’를 지향할 것입니다. 또 현실적으로 리서치센터의 대형화가 어렵다면 타 증권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겠습니다.”

기동성과 효율성에 방점을 두고 맞춤형 리서치로 나가겠다는 것이 허 센터장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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