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6> 감추어진 승부 (30)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이 세상에서는 연구과정의 실수나 오류 때문에 전화위복으로 오히려 대박이 난 경우가 종종 생겨나곤 한다. 우연히 증식된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만들어낸 경우가 유명한 일례지만, 근래에 들어서 온 세상 남자들의 기를 살려준 알약 비아그라가 생겨난 것도 그 한 가지 일례일 것이다.
어제 평균해발 4,000미터에 이르는 친링산맥을 통과하는 동안 유호성 선수가 고산증세를 이겨낸 까닭은 연구과정의 오류로 생겨난 신비의 알약 비아그라 때문이었다. 해발 2,400미터에 이르기만 하면 코피를 찔끔찔끔 흘리며 벌벌 기던 유호성 선수의 드라이빙 슈트 주머니에는 200 미리그람짜리 비아그라가 수십 알이나 들어있었던 것이다.
“구토가 시작되려나봐. 성애 씨, 물 한 컵만…”
길가에 종종 눈에 띠던 관목들이 사라지고 주변풍경이 황량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유호성은 주머니를 뒤져 푸른색 비아그라를 한 알씩 삼키기 시작했다. 지난여름 유민그룹 창립기념 백두산 등반 때에 퍼스널트레이너에게 얻어 배운 비법 처방이었다.
“좀 참아보세요. 비아그라를 그렇게 땅콩 주워 먹듯 하다가 오히려 탈나는 거 아닐까요?”
“아무러면 경기 도중에 토하고, 코피 쏟고… 똥물 지리는 것 보다야 낫겠지.”
“어머나, 더러워!”
코-드라이버 현성애는 정색을 했다. 하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뒤에서는 요르단 국적 기를 단 머신이 자꾸 치받아 오고, 옆에서는 모리타니아 군인들이 자꾸 위협을 하며 자리다툼을 하는 중에 유호성이 정신을 잃고 대변이나 지리고 있어서야 말이 되나.
그녀는 아예 수통을 유호성의 허리춤에 달아매고 기다란 스트로우를 연결하여 유호성으로 하여금 수시로 물을 빨아 마실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자 유호성은 금붕어처럼 물을 마시면서 200미리그람짜리 고단위 비아그라를 꼴깍 꼴깍 삼키곤 했던 것이다.
“염병, 산소 호흡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구토증세가 시작될 때마다 유호성은 이렇게 투덜댔다. 그러나 이번 랠리 대회에서 산소 호흡기는 절대 지참할 수 없도록 규정지어져 있었다. 하긴 해발 8,000미터를 넘나드는 히말라야 14좌를 등반하는 것도 아닌데 산소 호흡기를 부착하고 운전하는 꼴이란… 우습기 짝이 없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겉으로 보기엔… 1974년 산 치타는 뱀처럼 이어진 타이바이산 7부 능선 길을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었다. 드래그를 하듯 코너를 돌아나갈 때마다 문짝에 그려진 그레이스 켈리 왕비의 모습은 자욱한 흙먼지 속으로 사라졌다가 곧 되살아나곤 했다. 안에서는 코피를 쏟든, 오물을 흘리든 V8 6,000cc 엔진은 500마력을 넘어서는 괴력으로 비탈길을 힘차게 치달아 오르곤 했다.
1974년 산 치타의 후방 50미터 지점에서는 요르단 국적 기를 단 머신, 즉 N-Dos 단의 특공 소령이 모는 블랙 이글스가 거침없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블랙 이글스는 간헐적으로 흐름을 박차고 튕겨 나와 치타의 옆구리를 스치는 테러 성 질주를 일삼곤 했다. 치타 드라이버 유호성의 심기를 긁어놓기 위한 의도였는데, 장차 그를 지옥으로 유인하기 위한 신경전의 일환이었다.
“저 요르단 놈이 자꾸 열 받게 하네. 고산증세만 사라지면 당장 저 놈부터 요절을 내고야 말겠어.”
“신경 쓰지 말고 전방주시나 잘 하세요. 미끄러지기라도 하는 날엔 우리부터 요절이 나고 말 테니까요.”
유호성의 호언장담에 현성애는 콧방귀를 뀌었다. 기껏 비아그라나 주워 먹는 주제에 어떻게 남을 요절 낼 수 있겠냐는 투였다.
그러나 문제의 소지는 전혀 엉뚱한 곳으로부터 생겨나고 있었다. 환갑을 넘긴 노인들도 100미리그람짜리 한 알만 먹으면 지겟작대기가 불끈거린다는 비아그라를… 명색이 30대 후반의 청년인 유호성이 땅콩 까먹듯 주워 먹었으니, 이걸 어쩌나…
언제부터인지 울끈 불끈하는 지겟작대기 때문에 엑셀을 밟기조차 거북해지던 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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