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7> 감추어진 승부 (31)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말은 이른 아침이라고 하지만, 하늘에 아직도 둥근 달이 걸려있고 주변사위가 어둠에 잠겨있을 신 새벽부터 랠리 선수들은 엔진에 불을 댕길 것이 뻔했다. 오늘 하루 동안 좁디좁은 길이 900km나 이어지는 ‘하서주랑’을 전 속력으로 달려야 하고, 어두워지기 전에 ‘닝샤후이족 자치구’로 접어드는 모래바람 구간을 통과해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3백여 명에 달하는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들은 저마다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포스트로 정해진 ‘류자샤’ 협곡에는 유난히 산 모기들이 많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소형 위구르 식 텐트를 치고 그 주변에 촘촘한 모기장을 걸어놓은 채 숙면을 취하는 중이었다.
물론 수십 명에 달하는 클래식 카 동호회 회원들도 곤히 잠에 취해 있었다. 모두들 수천만 달러를 지닌 갑부였지만 류자샤 협곡에 들어선 이상 그들 역시 차 안에서 새우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한 대에 수십, 수백억 원에 달하는 명차들이었지만 누워서 잠을 자기엔 좁은 공간이었다. 에어컨을 틀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을 뿐.
‘찰싹!’
‘철푸덕!’
모두 잠들어 조용하기만 한 류자샤 협곡, 포스트 구역에서 유독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신경질을 부리고 있는 선수들은 유호성과 현성애 뿐이었다. 언제부터인가 현성애는 제 손바닥으로 제 엉덩이를 찰싹! 찰싹! 두드리곤 했다. 그런가 하면 가끔씩 유호성이 솥뚜껑만한 손바닥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철푸덕! 갈겨대기도 했는데…
“호성 씨, 제발 자세 좀 바꿔줘요. 위로 올라오라고요.”
“이 자세가 좋은데 또 왜 그래?”
“몰라, 자꾸 엉덩이가 가려워요.”
“왜 그러지? 이런! 엉덩이가 소보로빵처럼 부풀었어.”
지금이 새벽 3시였으니… 그들은 벌써 네 시간 동안이나 옷을 홀랑 벗은 채 텐트바닥을 뒹굴고 있던 중이었다. 얼마나 급했으면 텐트 주위에 모기장 두르는 것도 잊었을까? 단언컨대 이 모든 것이 고산증세를 완화시키기 위해 200미리그람짜리 비아그라를 수도 없이 집어먹은 까닭이었다.
약발이 얼마나 잘 먹혀들었던지… 포스트에 들어서기도 전에 유호성은 몸을 펴고 걷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지겟작대기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강직상태가 최고로 이어졌기 때문에 그는 휴게실에 들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개인텐트로 숨어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바늘 가는 데에 실도 따라 가는 법. 코-드라이버 현성애도 어쩔 수 없이 텐트로 따라 들어선 게 네 시간 전, 지난 밤 11시쯤이었다.
“어먹! 미쳤나봐. 경기를 앞두고 이러면 어떡해요?”
“그럼 이걸 어째? 허리를 제대로 펼 수도 없고,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어. 성애 씨가 치료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이를테면, 경기를 앞둔 그들이 옷을 홀랑 벗고 스포츠섹스에 돌입한 것은 치료를 위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동쪽에서 떠오른 둥근 달이 중천을 지나도록 그들은 헉헉, 학학! 에너지를 한껏 불태울 따름이었다.
특급 첩보영화 007 시리즈를 보면, 영화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적국의 여자스파이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곧잘 나오곤 한다. 이미 침대에 들어서는 순간 제임스 본드는 여자 스파이의 함정에 빠져든 것이고… 이제 곧 스포츠섹스가 끝나기만 하면 본드는 목숨을 잃을 처지에 직면해 있다.
비록 잠시 후엔 본드의 목숨을 빼앗을 계획이면서도 여자 스파이는 뜨겁게 사랑을 갈구한다. 바로 그 심정… 지금 유호성과 엉켜 뜨거운 숨을 몰아쉬는 현성애의 심정도 그와 같았다. 그녀는 거성의 ‘로열 골드’ 드라이버인 권도일이 개인적인 원한을 갚기 위해 내일쯤 유호성을 처치하려는 계획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뜨거운 사랑을 갈구하는 중이었다. 30대 중반의 젊은 피를 지닌 그녀였으므로.
그런데 웬걸? 작고 까만 산 모기떼들이 그녀의 엉덩이를 벌집으로 만들어가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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