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ㆍ김지희 인턴기자]“집이 잠을 자고 밥만 먹는 곳이라면 삶이 너무 외롭지 않나요?”
지난 12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청년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 유니온 사무실에 7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이들은 민달팽이 유니온이 진행중인 ‘가족의 탄생’이라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거주지는 물론 나이와 직업 모두 제각각인 이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집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연세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성희(22ㆍ여)씨는 “집이 인천이라 통학에 왕복 4시간이 걸린다”며, “신촌에서 방을 구하려면 기본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은 필요해 망설이다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교 기숙사 신청을 하지 못해 현재 사촌언니 집에서 임시로 거주하고 있다는 이모(23ㆍ여) 씨는 “학기 중에 지낼 거주지를 찾고 있던 중에 모르는 사람들과 가족이 될 수 있다는 프레임이 신선해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가족의 탄생’은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다. 주거지에 공동체의 개념을 더한 ‘쉐어하우스’를 계획하고 있는 것. ‘쉐어하우스’란 일반적인 룸메이트와 같은 단순 주거 공간 공유의 형태에서 나아가 취미와 생활을 공유하는 쌍방향적이고 역동적인 주거 형태를 의미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거주지가 넓어질수록 평당 가격이 낮아진다는 점에 착안, 넓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삶의 질을 높이고 그 안에서 무너진 공동체를 회생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국가에서 땅을 빌려주고 세입자들이 돈을 모아 집을 짓는 해외의 ‘사회 주택’ 사업을 모티브로 했으나, 시스템의 미비와 자본의 부족으로 민간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단순히 먹고, 자는, 생존만을 위한 룸메이트가 아닌, 서로가 서로의 생활속에서 존재하는, 따뜻한 주거환경을 꿈꾸는 사람들이 사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최종 목표다.
현실적인 문제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 간에 원하는 조건이 달라 사전 협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김영진(32ㆍ여) 씨는 “단순히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는 이 주거공동체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모르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상호 간의 신뢰와 책임이 전제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 이상은 거주하겠다는 등의 최소한의 계약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구성원 각각의 명의로 임대 계약을 체결하기 힘든 거래 현실상 계약 당사자 선정 문제, 중도 이탈자 발생시의 비용 분담 문제 등도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사항이다.
권지웅 민달팽이 유니온 대표는 “앞으로 ‘가족의 탄생’ 프로젝트가 수 차례 더 진행돼 인원이 늘어난다면 주거지를 바탕으로 하는 하나의 주거공동체에서 벗어나 쉐어하우스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을 포괄하는 더 큰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