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박근혜정부 창조경제 핵심동력 부상…정체된 한국경제 ‘벤처 역할론’ 부각
메디슨 부도 후 초음파기기 집중 글로벌 5위 삼성메디슨으로 우뚝
매출 ‘1조 클럽’ 휴맥스 승승장구 후발주자 NHN·엔씨소프트도 IT분야 선도
새롬기술·골드뱅크 등 비리로 위기자초 1세대 상장사 중 절반은 역사의 뒤안길로
‘창조경제’라는 슬로건 아래 새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가운데 벤처기업은 창조경제의 핵심동력이다. 과거 벤처와 코스닥 열풍이 외환위기를 넘기는 동력이 됐듯이, 정체된 한국경제에서 벤처기업의 역할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1990년대 코스닥시장에서 벤처 붐을 주도했던 1세대 벤처기업들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벤처 성공신화를 썼던 이들 중 상당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몇몇 기업은 여전히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벤처사의 첫 장을 열었던 1세대 벤처인들도 새 정부 들어 멘토로서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등 다시 전면에 나서고 있다.
▶벤처사관학교 메디슨=벤처 신화의 대명사로 흥망성쇠를 겪다 2010년 삼성에 인수된 메디슨. 이민화 전 회장이 1985년 설립한 메디슨은 초음파의료기기를 앞세워 몸집을 불리면서 탄탄대로를 달렸지만 2002년 부도를 맞았다. 이후 무리한 사업확장을 접고 초음파기기에 집중해 국내시장 점유율 1위, 글로벌 5위권 업체로 탈바꿈했다. 부도 직전 ‘벤처연방제’를 표방했던 메디슨은 2002년 당시 계열사 23개를 포함해 총 40개사를 거느렸다. 이들 관계사는 메디슨 부도로 타격을 입고 절반가량은 무너졌으나 일부 살아남은 기업들은 코스닥시장에서 헬스케어와 의료기기 업종을 이끌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헬스케어 기업으로 자리 잡은 인피니트헬스케어는 메디슨에서 분사한 ‘메디페이스’가 메디슨 자회사인 ‘쓰리메드’를 합병해 만든 회사다. 모기업의 부도로 어려움을 겪다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관련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턴어라운드의 기반을 확보했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최근 마진율이 월등히 높은 해외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유럽과 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을 통해 해외매출 비중을 국내매출 비중과 비슷하게 맞춰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내 1위 EMR솔루션(전자의무기록시스템) 전문업체인 유비케어도 메디슨 사내벤처1호였다. 당초 사명은 ‘메디다스’였으나 유비케어로 바뀌었다. 이후 2004년 이수그룹에 인수된 이수유비케어로 성장 모멘텀을 마련했다가 2008년 SK그룹에 인수됐다. SK케미칼이 지분율 43.97%로 최대주주인 유비케어는 그룹 내 헬스케어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국내 의원용 전자차트 시장에서 ‘의사랑’이라는 브랜드로 선두 자리를 유지하면서 제약 솔루션, U헬스케어 솔루션 등의 사업도 펼치고 있다.
메디슨이 초기 투자와 창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생화학진단기 제조업체 인포피아와, 메디슨이 투자조합으로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 바이오스페이스도 코스닥에 상장해 주요 바이오주로 자리 잡았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인피니트헬스케어와 유비케어, 바이오스페이스 등은 새 정부가 ICT 인프라를 활용해 헬스케어 선진화 정책을 펼치면서 관련 수혜주로 주가가 들썩이기도 했다.
▶1세대 다시 쓰는 성공신화=1990년대에는 한글과컴퓨터, 휴맥스, 비트컴퓨터, 팬택, 새롬기술, 안철수연구소, 핸디소프트, 로커스 등이 벤처부흥기를 이끌었다. 이 가운데 휴맥스는 1990년대 벤처 붐을 주도했던 스타 벤처 중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곳이다. 1989년 변대규 사장이 창업한 휴맥스는 디지털 셋톱박스 시장을 선점하면서 승승장구했다. 1997년 150억원대였던 매출은 2000년 1400억원으로 급성장하면서 코스닥 대장주 역할을 했지만 이후 국내시장이 휘청이면서 부진을 거듭했다. 당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유럽과 미국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휴맥스는 해외 실적을 발판으로 창업 21년 만에 벤처 1세대 중 최초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박원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셋톱박스 산업은 구조조정 중이지만 기술력을 보유한 휴맥스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휴맥스가 하반기 미국 케이블 셋톱박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다면 북미 위성사업자 시장 진출 이상의 외형 성장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엔씨소프트, 넥슨,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이 바통을 이어받아 IT 붐을 주도했다. 게임과 인터넷 분야를 선도하던 NHN과 엔씨소프트는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해 국내 IT를 대표하는 기업 반열에 올랐다.
▶코스닥 상장사 절반은 역사의 뒤안길로=코스닥협회에 따르면 1998년 이후 2001년까지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455개사 가운데 217개사가 시장에서 퇴출됐다. 벤처 1세대로 불리는 상장사 가운데 절반 정도가 시장에서 낙오된 셈이다. 뛰어난 기술을 갖고도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회계 비리를 저질러 위기를 자초한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특히 2001년 벤처 버블이 꺼지면서 벤처 1세대들의 명암은 크게 엇갈렸다. 새롬기술의 오상수 전 사장은 분식회계 혐의로, 인츠닷컴 이진성 전 사장은 공금 횡령 혐의로, 골드뱅크 김진호 전 사장은 주가조작 혐의로 각각 법정에 섰다. 대표적인 벤처 1세대인 장흥순 전 터보테크 대표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김형순 전 로커스 사장은 분식회계의 덫에 걸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권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