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오비맥주 인수 포기” 왜?

롯데그룹이 오비맥주를 인수ㆍ합병(M&A)하지 않고 롯데만의 독자맥주를 내기로 했다. 롯데칠성ㆍ롯데주류 사령탑인 이재혁 대표이사의 입을 통해서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사(오비맥주)를 인수하기 위해 매각ㆍ인수가 조정을 시도한 적이 없다”며 “국내 맥주 시장이 오비와 하이트 등 2개로 양분돼 있는데 3개 브랜드로 갈 여지가 충분히 있고, 롯데만의 맥주를 내고 싶다”고 밝혔다.

오비맥주의 주주인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도 롯데엔 오비맥주를 팔 의사가 없는 걸로 12일 본지가 확인했다. 주류업계 정통한 한 관계자는 “KKR 주주들은 ‘롯데한텐 팔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주류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롯데의 오비맥주 인수 가능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하지만 업계에선 15년간 맥주시장 진출을 꾸준히 타진해온 롯데의 ‘맥주 마이웨이’ 선언이 현실화할지는 끝까지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롯데는 현재 충북 충주에 건설 중인 공장을 통해 독자맥주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재혁 대표는 “충주공장은 지난해 3월부터 준비해 75%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며 “올 연말 완공돼 시운전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 제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브랜드 이름에 대해 상당히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의 충주공장은 충주시 주덕읍 화곡리의 신산업단지 내 9만9000㎡(3만평)에 있는 1단계 소규모 맥주 생산 시설이다. 생산능력은 연간 5만㎘로, 이 에서 만들어진 맥주를 전량 판매하면 국내 맥주시장의 5%가 채 되지 않는 물량이다. 롯데는 이 공장 바로 옆에 본공장을 세울 요량으로, 33만㎡(10만평)의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 대표는 “맥주공장은 20년 앞을 내다보고 짓는 것”이라며 “일본의 아시히맥주처럼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는 맥주, 대중적인 맥주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쯤되면 롯데가 더 이상 오비맥주에 미련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사려는 롯데와 팔려는 KKR간 매각대금이 1조원 이상 차이나는 데 따른 수싸움으로, 실제로 양측의 줄다리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 일단 롯데로선 강원도 강릉에 있는 소주 ‘처음처럼’ 공장을 충주공장으로 옮기면 물류비 절감 등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업계 관계자들은 쓰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국구를 표방하는 ‘처음처럼’이 강릉에서 뿌려지는 것보다 한반도 중원격인 충주에서 생산ㆍ출하하는 게 훨씬 더 이익”이라며 “롯데가 충주에 부지를 확보한 본공장을 맥주가 아닌 소주 생산으로 돌릴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롯데주류 관계자는 “충주의 1단계 소규모 공장은 맥주만을 생산할 수 있는 면허를 취득했고, 본공장을 세운다고 해도 공장 증설에 해당하니까 따로 면허를 딸 필요 없이 당연히 맥주를 만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 맥주시장 전체를 놓고봐도 수입맥주 시장 점유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 국내 맥주의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롯데의 맥주 시장 진출을 위한 인프라 투자ㆍ마케팅 비용도 엄청나게 들어가 오비맥주 인수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KKR이 이곳 저곳에 오비 인수 의향을 묻고 있는 것 같다”며 “어떻게 될진 막판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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