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ㆍ김지희 인턴기자]서울의 한 소방서 소속 김모 소방사(38)는 요즘 틈만나면 관내 PC방이나 주점들을 돌아다니며 화재배상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보험외판원도 아닌 김 소방사가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다중이용시설 화재배상책임보험 의무가입제도’ 때문이다.
지난 2월 개정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PC방이나 커피숍, 주점 등 다중이 이용하는 22개 업종 영업주들은 화재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화재배상책임보험은 기존의 화재보험이 업주의 피해만 보상해 주는 것과는 달리 화재로 인한 손님의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다. 따라서 해당 업소의 업주들은 오는 22일까지 화재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위반시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22일 계도 기간이 끝나고 가입할 경우 미가입 일수에 따라 과태료를 내야 한다. 과태료는 미가입 일수 30일 이하는 30만원, 31∼60일 60만원, 61∼90일 90만원, 90일 초과는 200만원이다.
단 일반ㆍ휴게음식점 등 5개 업종의 면적 150㎡ 이하 영업장은 영세업자로 분류돼 2015년 8월까지 가입 유예 대상이다.
그러나 가입기한까지 20일이 남은 2일 현재 대상업소들의 가입률은 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전국 가입 대상 19만1378곳 중 유예 대상 3만5541곳을 제외한 15만5837곳의 가입률은 33.4%(5만2037개소)에 그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전체 가입 대상 4만5556곳 중 유예 대상1만740곳을 제외한 3만4826곳의 가입률은 24.4%(8504개소)로 전국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로 소방당국은 어려운 경제상황과 홍보부족을 꼽는다. 보험료가 연 10만원 내외로 큰 돈은 아니지만 불황이 길어지면서 업주들이 작은 지출도 꺼리기 때문. 또 가입 대상에는 유흥업소 등 주로 밤에 영업하는 곳이 많은데, 의무 가입을 몰라 가입을 못하는 업소도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과태료폭탄을 우려한 소방당국이 대상업소들을 상대로 홍보는 물론, 보험가입 권유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홍보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일선소방서의 대민지원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현장소방관들까지 보험가입 권유를 위해 업소를 방문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를 놓고 일부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보험외판원이냐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강남의 한 소방서 관계자는 “계도기간 종료가 다가오면서 대민지원 부서의 인력들은 다른 일손은 모두 놓고 보험가입 홍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현장소방관들이 일부 투입되는 경우도 있지만 구조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소방관의 직무 중 화재예방 및 홍보기능도 있다”며 “보험료보다 훨씬 부담이 큰 과태료를 내는 일이 없도록 기간 내에 가입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