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4> 감추어진 승부 (58)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냐고?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영어나 국어 수업의 진도를 묻는 것이라면 몰라도 월야침침 야삼경에 젊은 아가씨를 끌어안고 무슨 짓을 했는지에 대하여 진도를 묻다니!
“#$^@$%^#$%^ 콰이, 콰이!”
“빨리 대답해요. 잘못하다간 경치겠는 걸요?”
혹독하게 벌 받는 것을 경친다고 한다. 이를테면 3류 감독은 술술 불지 않으면 자기도 덩달아 혹독한 벌을 받을 것 같으니 알아서 자백하라고 강요하는 중이었다.
“요만큼도 안 들어갔습니다. 정말이에요.”
강준호는 검지의 끝마디를 엄지손가락으로 짚은 채 높이 들어 보이며 사정했다. 그저 말로만 자백했으면 별 탈 없었을 것을, 보디랭귀지를 한답시고 손동작까지 섞어가며 사정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만큼이나 집어넣었다고? 이런 죽일 놈!”
아마도 나시 족 청년들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강준호가 높이 들어 보인 손가락 끝을 유심히 바라보던 나시 족 청년들은 뭐라고 한동안 회의를 하더니 다짜고짜 강준호를 바닥에 꿇리고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강준호는 3류 감독처럼 홀랑 옷을 벗긴 채, 두 손마저 등 뒤로 돌려 묶이고야 말았다. 회의 결과 나시 족 청년들은 일본에서 온 두 명의 건달에게 치도곤을 안기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형틀은 어딘가에서 둘둘 말아들고 온 돗자리로 대신할 모양이었는데… 하필이면 형틀용 돗자리를 둘둘 편 장소가 동파만신원의 신로에 위치한 거세 벽화 상 앞이었다. 한 시간 쯤 전에, 두 명의 나시 족 아가씨들과 처음 만났던 바로 그 장소였단 말이다.
“헬로, 다꾸앙! @#$%^&@#$%^&”
대표 격인 나시 족 청년이 하필이면 그 벽화를 가리키며 한동안 훈계를 했다. 말뜻은 알아먹을 수 없었지만 역시 몸동작을 써가며 다그치는 모습으로 보아 한 번만 더 까불면 불알을 잘라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는 모양이었다.
거세를 상징하는 벽화 앞에, 홀랑 벗겨진 채로 무릎 꿇고 앉아있는 강준호와 3류 감독의 몰골은 처참했다. 십자가처럼 생긴 형틀에 묶여 엉덩이를 드러낸 채 치도곤 맞을 각오를 하고 있는 조선시대의 도둑놈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몰골이었다. 그나마 주위가 어둠에 젖어있는 것이 위안일 뿐이었다.
“그러기에 손가락은 왜 내보입니까? 그만큼만 넣으나 다 넣으나… 마찬가지 아녜요? 가뜩이나 저 사람들 신경이 예민할 텐데.”
“예끼 여보슈, 그만큼도 넣지 않았다는 말이지. 난 바지도 벗지 못한 형편이었거든? 저 작자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서 그런 거요.”
“그래도 잠자코 계셨으면 곤장 맞는 신세는 면했을 텐데요.”
“그나저나 감독께서는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어요? 일이나 제대로 끝내고 매 맞는다면 억울하진 않지. 이거야 원.”
딱 여기까지. 강준호와 3류 감독은 더 이상 잡담을 늘어놓을 수 없었다. 누군가가 등 뒤에서 발로 목 부위를 걷어차는 모양이었는데… 팔을 등 뒤로 깍지 낀 상태였으니 그들은 동시에 앞으로 고꾸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또 누군가가 친절하게도 두 사람의 다리를 곧게 펴주는가 싶더니… 결국 형틀로 대신 쓰일 돗자리에 납작 엎드린 꼴이 되고야 말았다.
“아이고! 나 죽는다!”
곧이어 철썩!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3류 감독의 비명소리부터 터져 나왔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강준호는 그만 질금질금 소변을 지리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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