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마치 쌍안경의 렌즈같은 두개의 원이 화폭에 자리잡았다. 자세히 보면 중앙에도 희미하게 원이 그려져 있다. 큰 원 속에, 작은 원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진 것이 과녁인 듯하다.
그림 오른쪽에는 커다란 삼각의 면(面)이, 왼쪽에는 나뭇잎을 우산처럼 받쳐들고 앉은 사람이 희미하게 보인다. 추상과 구상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이 그림은 젊은 화가 정영도(Young Do Jeong)의 ‘Moving target’이란 작품이다.
미국에서 대학(Rhode Island School of Design)과 대학원(Temple University Tyler School of Art)을 마치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작업하는 정영도는 양국 문화권에서 마주친 획일화된 가치와 규범에 주목하고, 회화작업을 통해 시각적 제안을 하고 있다. 이 그림에선 타겟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처럼, 우리 또한 꽉 짜인 틀에 자신을 가둘 게 아니라 저마다의 목표 아래 자유롭게 삶을 영위하면 어떻겠느냐고 묻는 듯하다.
정영도는 ‘당신의 셔츠를 벗어던져라(Take Your Shirt Off)’라는 타이틀로 오는 27일부터 서울 종로구 율곡로의 PKM갤러리(대표 박경미)에서 개인전을 연다. 그는 PKM갤러리가 새롭게 발굴한 작가로, 이번 작품전을 통해 국내 미술팬들에게 처음으로 작업을 선보이게 된다. 정영도는 신작을 포함해 회화와 일러스트 등 10여점의 평면작품을 출품한다.
전시 타이틀 ‘Take Your Shirt Off’은 내게 맞지않은 옷을 입은채 압박감에 시달리는 도시인에게 작가가 던지는 질문이다. 목표와 꿈, 가치까지도 날로 획일화되고 있는 고도문명사회에서 ‘나’라는 존재의 실체를 다시금 돌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을 것을 정영도는 그림을 통해 속삭인다.
정영도의 회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갖가지 동물 형상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정제되지 않은 자연의 생생함을 각인시킨다. 동시에 하나의 대상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부여하는 문화적 상대성을 환기시키는 즐거운 아이콘이기도 하다. 오일, 에나멜, 아크릴릭 등 각종 재료를 폭넓게 활용하며 다층적인 화면을 연출하는 작가의 화폭 속엔 미묘한 내러티브가 숨겨져 있어 감상의 묘미를 더해준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 02)734- 9467
yr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