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올 상반기 방송가에서 유행을 타고 있는 관찰예능은 점점 더 리얼한 것을 원하는 대중의 욕구와 맞물려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하지만 출연자들을 고생의 공간으로 집어넣어 그 리얼한 반응을 보려는 제작 경향이 생겨났음도 부인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가 출연자의 진짜 감정을 보고자 할 때 가감없는 솔직한 반응, 잔잔한 감동, 이런 걸 보고 느끼고 싶어 하는데, 이를 표현하는 방법이 만만치 않다. 자칫 밋밋해질 수도 있다. 강한 감정의 표현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두 가지의 반응이 유도되는 것이다. 하나는 우는 것이다. 과거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하거나, 가난과 가족 사망, 우울증 등의 질병 등 애로를 극복하고 이를 회상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또 하나는 화를 내거나 싸우는 등 거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마마도’에서 김수미는 김용림과 싸우며, 이효춘은 김수미와 대립한다. 소방수의 일을 실제 체험하는 ‘심장이 뛴다’에서 조동혁은 “사람 열받는 거 찍는 게 리얼이야”라고 말하며 자주 화를 낸다. 극한의 공간으로 몰아넣고 반발과 이탈, 흥분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이런 것이 관찰예능의 한 풍속도다.
또 제작진 입장에서 볼 때 관찰의 결과가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스플래시’는 다이빙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연예인을 빨리 훈련시켜 10m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환상의 동작을 취하며 떨어뜨리게 하고 싶은 욕심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성장’ 또는 ‘변화’라고 말한다. 하지만 관찰예능의 조급증이 다이빙 사고를 부른 면도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동네 예체능’은 관찰예능의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 자극성과 조급증, 성과주의가 없다. 조급증은 기획할 때, 딱 한 번이었다. ‘달빛 프린스’가 망하고 그 대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는데, ‘예체능’은 불과 2주간 기획한 끝에 나온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연예인으로 구성된 예체능팀이 탁구, 볼링, 배드민턴 등 생활체육에 도전하는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공영방송 KBS가 추구할 만한 모범적인 관찰예능으로 손색이 없다.
‘예체능’은 일반 예능, 심지어 ‘출발 드림팀’ 출연자조차도 맛볼 수 없는 출연자끼리의 끈끈한 정, 유대감, 소속감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 게스트조차도 게스트가 아닌 팀원 개념이라고 한다. 이예지 PD는 “운동이 한 축이라면, 또 한 축에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 가수끼리는 친해지기 어렵다. 필독은 가요 프로그램에서 최강창민을 만나면 어려워한다고 한다. 하지만 ‘예체능’에서 둘은 금세 친해졌다. 운동선수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예체능’은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급조한 연예인팀이 아마추어 강자라 할 수 있는 동호인팀을 이기는 것도 무리다. 예체능팀은 대부분 무참히 깨진다. 하지만 깨지면서 배우고, 내면이 강해진다. 예체능팀이 열심히 연습해 패해도 기분 좋은 예능이자 건강한 예능이라는 점은 이 때문이다. ‘예체능’은 예능이지만 굳이 웃기려고 하지 않는다. 운동을 통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게 더 우선이다. 웃기더라도 자연스럽게 웃겨야 한다고 한다.
관찰예능의 모범사례가 ‘우리동네 예체능’이라면, 관찰예능 최고의 성공사례는 뭐니 해도 ‘진짜 사나이’이다. 관찰예능은 출연자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도록 ‘관찰’만 한다. 특별한 장치 없이, 상황 속 출연자의 반응을 담는 것이다.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상황과 기법을 자주 설정하는 반면, 관찰예능은 진행자(MC)도 없고 콩트와 설정도 거의 없다. ‘진짜 사나이’의 성공요인 중 하나는 내무반에서 카메라를 숨겨 출연자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냥 내무반에서 잡담하는 듯한 모습이 그대로 포착된다.
‘1박2일’ 등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오프닝에서 출연자들이 한일자(一)로 서서 말하는 것은 앞에 카메라가 여러 대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진행자 역할을 하는 멤버는 이들 카메라를 바라보며 진행을 한다. 카메라가 포맷을 규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찰예능은 진행자도 없고 콩트와 설정도 거의 없다.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면 되고, 하고 싶은 말만 하면 된다
관찰예능은 미리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기가 여렵다. ‘아빠 어디가’에서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할지 예측할 수 없어 더욱 재미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예측불가능은 제작진 입장에서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메인MC도 콩트도 없어 심심한 기획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속에서 연예인들이 직접 부딪히고 감정을 나누며 솔직함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자극성이 없는, 관찰예능의 모범사례와 성공사례가 하나씩 나오고 있다. ‘진짜 같은 진짜’가 아니라 ‘진짜 진짜’를 원하는 게 대중이라고 보면 관찰예능은 앞으로도 더욱더 발전해야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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