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면 보상도 못받아
직장인 박준후(29ㆍ가명) 씨는 지난 6일 밤 12시30분께 지하철 막차를 타고 가다 종착역인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하차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집까지 가기가 막막했던 박 씨는 역 안에서 ‘강변역까지 5000원’이라고 부르는 호객꾼을 만났고, 이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 호객꾼은 10여분간 박 씨 등 손님 4명을 모은 뒤 역 바깥 인도 위에 세워진 택시로 이들을 안내했다.
박 씨는 이제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택시를 탔지만 안도감은 이내 불안감으로 변했다. 출발한 지 몇분 지나지 않아 택시는 도심에서 시속 130~140㎞가 넘는 속도에 이리저리 차선을 바꾸면서 고속 주행했다.
박 씨는 사고라도 날까 한참 동안 마음을 졸였고, 강변역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돈을 내고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서울 도심에서 손님 여럿을 끌어모아 운행하는 불법합승 택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밤 12시 전후의 시간대에는 강남, 신촌 등 번화가에서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 합승 택시를 이용하려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불법합승 택시는 과속 등으로 사고 위험이 높지만, 사고를 당해도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택시기사 신모(45) 씨는 “불법합승 택시는 밤 12시를 전후해 2~3시간 안에 여러 차례 운행해야 하기 때문에 고속으로 주행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같은 합승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택시에 탔던 손님이 보상받을 방법도 없다”고 밝혔다.
합승 경쟁으로 택시 기사들끼리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난 5월 28일 새벽 1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 출구에서 대기 중이던 택시기사 A(43) 씨가 합승 손님을 태우는 순서 정하기 문제로 택시기사 후배인 B(29) 씨를 흉기로 찌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불법합승에 대한 단속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합승 단속에 나서면 길가에 세워둔 택시들이 ‘예약’ 표시등을 켜놓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민상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