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해지는 예능의 세계에 출연자들만 몸살을 앓고 있다. 극한 오지를 체험하며 야생의 자연(SBS ‘정글의 법칙’)으로부터 공격을 받던 연예인들은 이제 군인이 돼 두 번의 군생활(MBC ‘진짜 사나이’)을 체험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였다. 수문이 열린 것처럼 온갖 직업을 경험하고 다른 삶을 살아보는 ‘체험예능’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문제는 ‘리얼’을 강요받는 ‘체험예능’에 출연자들의 안전문제와 부상 우려가 항상 뒤따라온다는 것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개그맨 이봉원(50)은 지난 4일 MBC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의 연습장면 촬영을 위해 경기 고양시 실내체육관에서 다이빙 연습 도중 수면에 얼굴이 부딪히며 오른쪽 얼굴에 안와골절을 입었다. 당초 소속사 측과 ‘스플래시’ 제작진은 “얼굴이 붓고 멍이 타박상 정도”라고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결국 이봉원의 하차가 결정됐다.

최근 녹화가 진행된 MBC 추석특집 예능 프로그램인 ‘아이돌 스타 육상 풋살 선수권 대회’에서도 아이돌그룹 레오와 엑소의 타오가 부상을 당했다.

방송사에서는 그래도 극한의 체험을 요구하는 이른바 ‘생고생’ 예능 프로그램 찾기에 분주하다. 방송3사의 예능국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요즘 예능 프로그램들이 점점 독해지고 있다”며 “고생하고 고난을 겪는 연예인들의 모습에 흥미를 느끼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있고, 이 같은 프로그램이 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쳐 그동안 기획만 해오던 갖가지 아이템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큐형 관찰예능의 터전에 싹을 틔우기 시작한 ‘체험예능’에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스타들이 출연해도 그 안에서 구축해나가는 캐릭터의 설정과 그들의 고생 강도에 따라 시청자들은 여지없이 흥미를 느낀다(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장점도 있다. 제작비의 막대한 부분을 지불해야하는 강호동 유재석 급의 국민 MC가 필요없다는 효용성이다. “잘 찾은 아이템 하나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데다 시청자들의 요구가 체험예능 쪽으로 기울다 보니 제작진들은 좀 더 독한 소재를 찾기에 분주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제 연예인들은 노비의 삶도 살고, 소방대원과 경찰관의 임무도 대신 수행하게 됐다.

케이블 채널 tvN 파일럿 2부작 ‘시간탐험대 렛츠고(古)’는 조선시대로 점프해 몸고생의 진수를 보여줬고, 소방대원과 경찰관을 체험하는 두 편의 예능 프로그램은 훈련도 가상도 아닌 실전으로 뛰어든 리얼한 예능의 세계를 보여준다.

6일 첫 방송을 앞둔 SBS 새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심장이 뛴다’에서 이원종 전혜빈 조동혁 박기웅 등의 출연자들은 부산 해운대 소방서 센텀 119안전센터에서 5박6일간 머물며 극한의 상황을 체험했다. 폐건물에 불을 지른 50도가 넘는 방화훈련현장에 투입돼 철저한 교육을 받고, 공기호흡기를 포함한 20kg이 넘는 장비를 짊어진 채 6일을 버텼다. “실제 화재현장도 이렇게 큰 불은 발생하지 않는다(박기웅)”는 방화훈련 중 조동혁과 박기웅은 귀에 화상까지 입었다. 과장된 훈련을 통해 극한 상황을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오기에 충분한 상황이지만 프로그램의 박휘선 작가는 “모든 상황에 제작진의 개입이 없다”며 “소방서에서 주도하고 시행되는 훈련과정에 따른 것이다. 훈련강도에 대한 조절 역시 소방서에서 안전을 요구하는 수준에서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위험한 상황에 뛰어는 실전체험 예능인만큼 출연자들은 예측불허의 순간에 부상위험에 노출돼있다. 제작진 역시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으로 이를 언급한다.

경찰들의 업무에 뛰어든 ‘체험예능’ 파일럿 프로그램을 기획 중인 KBS의 한경천 CP는 “이 프로그램은 완벽한 실전이다. 실제상황에 경찰로 투입되는 프로그램인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경찰관의 업무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과 예측불가의 상황에서도 올 수 있는 안전 문제다. 그 부분에 대한 스탠스 유지가 관건이다”는 제작진의 고민을 털어놨다.

끊이지 않는 부상 소식에 ’가학성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는 ‘스플래시’의 신정수 PD 역시 “제작진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안전문제”라고 토로했다. “해외판 ‘스플래시’의 사례도 찾아보고, 실제 다이빙 선수들의 이야기도 찾아보지만 사실 대안은 없었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더 높은 높이에서 다이빙을 하는 것을 결코 강요하지도 않고 개입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10m나 되는 높이에서 다이빙할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늘 부상에 노출돼 있다”며 “앞으로라도 지상훈련을 더 체계적으로 하고, 출연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사고와 부상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체험예능은 결국 ‘양날의 칼’이다. 한 방송사의 예능국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프로그램은 부상이 늘 뒤따라 온다. 이미 조작과 식상한 토크에 지친 시청자들은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프로그램은 외면하는데, 출연자들이 생생한 도전이나 극한 체험을 보고 부상사례를 접하면 시청자들의 몰입이 높아지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제작진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일과 어떤 상황에 출연자들을 풀어놓듯 스스로 강약조절을 하며 브레이크를 거는 일”이라고 자성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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