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백지화 될 것으로 예상되자 부산지역 민심이 들끌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와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는 5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선박금융공사 대선 공약 백지화 저지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시민단체들은 “부산시민에게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고 “선박금융공사 공약 폐기시 시민 저항운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부산시 역시 선박금융공사의 설립이 무산될 경우 지역의 상실감이 커지고 국정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나서 공약이 지켜지도록 노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시는 금융위원회가 선박금융공사 설립 대신 공공기관의 선박금융부서를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안도 반대하고 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일부 부서의 부산 이전은 선박금융공사에 대한 대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 조선ㆍ해운업계는 실망의 수준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업계는 당초 올해 안에 정부가 해운보증기금 설립 여부를 결정하고 내년 상반기쯤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가 해운보증기금 설립을 부처간 협업 과제라며 내년 상반기로 미룬 사실이 알려지면서 절망하는 모습이다.

부산지역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국가인 중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자국의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 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아예 관심이 없다”며 “장기불황으로 힘든 상황에 기대했던 정부의 지원까지 미뤄지면서 희망까지 사라진 것 같다”고 푸념했다.

국내 해운ㆍ조선업계의 부활을 위해선 선박금융 전문기관 설립 로드맵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업계는 해운보증기금을 부산에 설립해 보증업무에 주력하고, 선박금융공사를 발족해 대출업무를 추가해 해양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해양금융공사로 확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국제 통상문제를 야기한다면 최근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정책금융공사를 부산으로 이전해 해양금융공사로 확대해나가는 것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부산지역 정치권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선박금융공사 백지화 방침에 대해 새누리당 김정훈 국회의원이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김 의원은 5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금융 상담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공약 사항 중 하나인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포기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박금융공사와 관련해 더 논의를 하자고 했는데 일방적으로 설립하지 않는 것으로 발표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선박금융공사를 만드는 것이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규정에 위배된다면, 정책금융공사가 내려가서 역할을 하는 것도 하나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국회 논의를 통해 이같은 대안을 심도있게 다뤄야 하고, 금융위원회의 생각대로는 일방적으로 가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