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호 10개월 ‘부패와의 전쟁’ 장·차관급 고위간부 9명 낙마 文革 후 최대 부패척결 칼바람 석유방 넘어 군부 몸통까지 겨냥 쩡칭훙 전 상무위원 타깃 가능성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3월 1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공식출범한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 호의 취임 일성은 ‘개혁’이었다.
리커창 총리는 전인대 폐막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혁이란 단어를 29차례 언급하면서 “독사에 손가락을 물리면 팔뚝을 스스로 잘라버려야 산다”며 결의를 표명했다. 뱀의 독은 바로 부정부패를 말한다. 그러면서 리 총리는 “관료가 되려면 부자가 되려는 꿈을 버려야 한다”고 외쳤다.
새 지도부의 사정 칼날이 예사롭지 않다. 시진핑이 지난해 11월 18차 당대회에서 당 총서기에 오른 뒤 지금까지 추진해온 부패 척결은 1976년 문화대혁명 종결 이후 최대 규모다.
18차 당대회 이후 낙마한 장·차관급 고위간부는 이미 9명에 이른다. 장제민(蔣潔敏) 전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을 비롯해 리춘청(李春城) 전 쓰촨(四川)성 부서기, 저우전훙(周鎭宏) 전 광둥(廣東)성 통전부 부장, 류톄난(劉鐵南) 전 국가발전개혁위 부주임, 니파커(倪發科) 전 안후이(安徽)성 부성장, 궈용샹(郭永祥) 전 쓰촨성 부성장, 왕쑤이(王素毅) 전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통전부 부장, 리다추(李達球) 광시(廣西)좡족자치구 정치협상회의 부주석, 왕융춘(王永春) 중국석유(CNPC) 부회장 등이 줄줄이 낙마했다.
시 주석이 주도하는 사정의 칼날은 ‘석유방’에 이어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법위원회 서기 등 상무위원, 군부 고위직까지 겨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는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가 저우 전 서기를 넘어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으로 번질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당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지낸 거물이다. 만약 이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 문화대혁명 종료 후 지켜져왔던 ‘상무위원 출신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공산당 내 불문율이 깨지는 것이 된다.
군 부패 척결의 타깃은 부패의 몸통으로 꼽히는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보인다. 그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와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는 군부 최대 비리스캔들로 지난해 면직된 구쥔산(谷俊山) 전 총후근부(總後勤部) 부부장(중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까지 손을 댄다면 시진핑 정권의 반부패 캠페인은 최고봉에 도달하게 된다.
이와 관련, 중국행정학원 주리자(竹立家) 교수는 신징바오(新京報)에서 “18차 당대회 이후 중국의 부패척결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며 “많은 고관이 실각한 것은 새 지도부의 부패척결 의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패척결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공산당 중앙편역국 마르크스주의연구소의 허쩡커(何增科) 소장은 “지난 30년 동안 성급 간부에 대한 조사 강도와 빈도를 살펴보면 새 지도부의 부패척결 강도는 역대 최고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공 내전에서 공산당이 열세였음에도 국민당 정부를 대륙에서 몰아낼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국민당 지도부의 부정부패 때문이었다. 이제는 역설적으로 공산당 관료의 부정부패가 나라를 말아먹고 있다.
반부패 캠페인이 성공할지 여부에 대해 대다수 중국인은 “시도는 좋지만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워낙 부패의 뿌리가 깊어 체념하는 사람도 많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부패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정치 개혁이 필요하다. 권력을 나눠주고 시장의 자유를 보장하고 민주적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사법부와 언론을 독립시켜야 하며 당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