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블랙박스가 보편화되기 이전 교통사고 현장에서 주로 하던 말이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일컬어지는 교육계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학생 선발권을 놓고 벌어진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28일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에서 서울 지역 자사고 24곳은 추첨으로 1.5배수를 선발하고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리기로 하는 내용의 자사고 방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을 포함한 평준화 지역 자사고 39곳의 선발 방식을 중학교 내신성적 제한 없이 ‘선지원 후추첨’으로 바꾸겠다는 불과 두달 전 시안에서 후퇴한 것이다. 학생 선발권을 사실상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셈이다.

자사고에 대한 학생 선발권 유지가 바람직한지 여부는 제쳐두고라도 무엇보다 정부가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에 밀려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자사고 측은 정부의 자사고 학생선발권 폐지 방침이 발표된 직후부터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 자사고 교장 모임인 ‘전국자사고연합회’는 ‘자사고 죽이기’ 정책이라고 비난했고, 법인 이사장들은 “학생 선발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자사고 운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심지어 자사고 학부모들은 대규모 집회를 잇달아 열어 세를 과시하는 한편 교육부가 주최하는 공청회장을 점거해 공청회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결국 교육부는 성적 제한 철폐를 고수한 대신 자사고 측에 일부 선발권을 주는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자사고와 비(非)자사고 측의 반응을 보면 확정안이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이제는 교육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자사고의 집단적 반발에 밀려 개혁을 포기했다. 국민적 여론 수렴을 실시해 새롭게 논의를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무엇보다 신뢰와 일관성이 중요하다.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에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꾼다면 너도나도 목소리만 높이지 않겠는가. 가뜩이나 이해관계가 수시로 충돌하는 교육 현장의 혼란만 더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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