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자영 기자]‘대기업 CEO가 비즈니스 출장에 부인을 대동하고 경비를 회사에 전액부담 시킨다면?’
한국에서는 후안무치하다고 비난받을만한 일이지만, 미국에선 업무효율 차원에서 권장되고 있어 ‘달라도 너무 다른’ 동서양의 기업문화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3일 (현지시각) 미국 일간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는 CEO에 제공되는 과도한 혜택을 줄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주주들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주요기업들이 CEO 배우자의 여행경비를 여전히 부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포천 500대 기업의 20%는 CEO의 배우자가 업무용 출장이나 기업시찰, 행사 등에 함께하는 비용을 제공했다.
글로벌 슈즈멀티샵 풋락커(Foot Locker)의 CEO 켄 힉스는 지난 여름 부인과 함께 런던올림픽 여행을 다녀왔다. 회사가 ‘사모님’의 여행경비로 지불한 돈은 약 800만원(8000달러). 같은 시기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이사회멤버 12명과 임원들의 배우 런던여행 경비로 일인당 2500만원(2만5000달러)을 부담했다. 인터넷 장비업체 시스템(Cisco Systems)도 CEO와 부인의 여행 경비는 물론 세금까지 계산해서 총 2000만원(2만달러) 이상을 제공했고, 정유회사 쉐브론(Chevron)은 지난 8월 사모님의 동남아 여행경비 2000만원(2만달러)를 지불했다.
미국기업들이 이런 비용을 부담하는 이유는 비즈니스 여행에 배우자와 동석하는 것이 업무효율을 높인다고 보기 때문이다. 출장기간 동안 CEO가 지부장들과 1:1만남을 갖기 보다는 부인이나 가족이 함께해 보다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사적인 친밀감을 쌓는 것이 네트워크 형성에 유리하고 동료간의 협조관계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은 CEO의 배우자가 출장 뿐 아니라 부하직원의 은퇴식이나 회식자리, 장례식 등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CEO와 직원 간의 ‘다정한 관계(chummier relationship)’을 위해서다.
물론 이를 바라보는 주주들의 눈은 곱지만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임원이 받는 과도한 혜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배우자의 여행경비를 제공하는 기업의 수는 2008년과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혜택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미세한 변화의 움직임은 포착된다. 부부동반 골프접대도 생겨나고 ‘가족친화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가족복지 혜택이 증가하는 추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