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개국 91개 채널 파격편성
국경 없는 드라마 시장이 열렸다. 미국 드라마(미드)를 중심으로 전 세계 동시방송을 내보내는 파격 편성에 ‘글로벌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현지와의 시차를 줄인 전략적인 마케팅의 효과도 상당해, 글로벌 채널이 앞장서는 파격 편성은 미드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지난 14일 티캐스트 계열 케이블TV 폭스(FOX)채널에서는 ‘워킹데드(The Walking Dead)’ 시즌4<사진>를 첫 방송했다. 전 세계 좀비 열풍을 몰고 온 ‘워킹데드’는 7개월 만에 새로운 시즌을 내놓으며 탁월한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폭스 채널은 전 세계 125개국, 91개 채널에서 미국과 동일한 날에 방송을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의 방송 시차는 불과 11시간이었다.
비단 ‘워킹데드’만은 아니다. 글로벌 미드채널 AXN에서 올 4월 방영한 ‘한니발’ 역시 미국과 일주일 간격으로 방영됐고, 지난 1월에 방영된 재난 미드 ‘앤드 오브 더 월드(End of the World)’도 전 세계 최초 동시방송됐다. 여름에 편성된 ‘폴링 스카이(Falling Skies) 시즌3’ 역시 미국과 한국의 시차를 좁혀 국내 안방을 찾았다.
글로벌 채널의 관계자들은 국내 미드 채널에서 방영작 홀드백(hold back) 단축에 앞장서는 것을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데에 입을 모은다.
사실 해외 드라마가 한ㆍ미 양국은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동시에 방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폭스채널 관계자는 “미드 수급은 해외 제작사와 배급사 등을 통해 국가별로 계약된다”며 “작품에 따라 홀드백이나 기타 계약 조건으로 인해 국내 방영일은 지연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폭스채널의 경우 전 세계 120여개국에 뻗어 있는 폭스 계열의 채널이 작품의 제작단계부터 동시에 관여해 ‘공통의 가이드라인’을 공유하고 있다. 정재용 폭스채널 국장은 “ ‘워킹데드’ 시리즈의 제작부터 투자ㆍ배급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해 검증된 콘텐츠를 선점할 수 있었다”며 “폭스채널의 시스템은 타 채널보다 방송 파일 수급을 빠르게 진행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폭스채널에서는 올 한 해 동안 지난해 대비 2배의 작품이 글로벌 론칭됐다. 최근 종영한 ‘더 브릿지:조각살인마’를 비롯해 방영 중인 ‘장르노의 8구역’ 등도 폭스채널에서 시차를 줄인 방송으로 전 세계 파급력을 높인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채널들은 이 같은 동시방송 편성을 통해 시청률 상승을 꾀하고 ‘불법 다운로드’의 피해도 막고 있다. 무엇보다 최고의 장점은 “희소성 높은 미드의 동시 편성으로 채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경쟁 채널과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AXN 관계자는 “채널의 주 시청층은 20ㆍ30대 남성 시청자다. 워낙에 새로운 것에 대한 정보와 욕구가 많은 얼리 어답터 세대이다 보니 최신 미드를 빠르게 가져와 방영하고 있다”며 “발빠른 편성은 미드 전문 채널로 신속하고 전문성을 띤다는 이미지를 줄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로열티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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