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신승훈이 4년만에 새 앨범을 23일 발표한다. 미니앨범이지만 9곡을 담았다. 그중 5곡은 신곡이다. 최근 음향 상태가 좋은 서울 강남의 한 바에서 열린 음감회에서 그 노래들을 들어봤다.
노래들이 너무 좋았다. 선공개곡 ‘내가 많이 변했어‘와 타이틀곡 ‘소리(sorry)’ ‘마이 멜로디‘ 등 새롭게 변신한 노래들도 잘 어울렸고, 신승훈 발라드의 느낌이 그대로 나는 ‘그대’도 좋았다.
신승훈답지 않은 것도 신승훈답게 녹여내는 그의 재주는 탁월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내가 많이 변했어‘는 신승훈이 기타 선율에 맞춰 완전히 힘을 빼고 부른다. 피아노, 첼로, 전자기타의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 ‘소리’는 브리티시 록 분위기에 애절함이 배어있다.
1990년 데뷔한 신승훈은 ‘미소 속에 비친 그대’의 1집, ‘보이지 않은 사랑’의 2집, ‘처음 그 느낌처럼’이 수록된 3집 등 내놓는 발라드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신승훈은 이문세, 변진섭이 주도했었던 한국 발라드 시장에서 적지않은 지분을 확보해내며 발라드 최고의 보컬리스트가 됐다.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그의 발라드 정서는 애이불비(哀而不悲)다. 슬프지만 비탄에 빠지지 않겠다는 정서다. 신승훈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가사 전달력으로 찬란하게 승화된 슬픈 감성을 노래했다. 그는 이 슬픈 감성을 ‘애절‘ ‘처절’ ‘애잔‘ ‘애틋’ 네 가지로 나눠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애틋함‘은 아직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했다. 2009년 드라마 ‘아이리스’의 삽입곡 ‘Love Of Iris’는 발라드가 신승훈의 미성을 만나 애절함을 극대화시킨, 신승훈표 발라드의 연장선에 있다. 신승훈표 발라드의 특징은 멀어져가는 사랑을 잡기 위해 방방 뜨거나 울부짓지 않고 오히려 청아해지고 절제하고, 단정해져 감성과 감동을 배가시킨다.
신승훈의 발라드에 빠진 일부 여성들은 심한 중독 증세를 보였고, 일본 여성들까지 이 대열에 가세했다. 요즘도 일본팬들은 신승훈에게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I believe’를 들려달라고 조른다.
‘발라드 황제‘ 신승훈은 발라드만 평생 부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6년전부터 음악적 자아를 찾는 실험과 여정에 나섰다. 2008년 ‘라디오를 켜봐요‘ 등 모던록에 도전한 ‘라디오 웨이브(Radio Wave)’와 2009년 ‘사랑치’등 알앤비풍의 노래들을 대거 선보인 ‘러브 어 클락(Love O‘clock)’은 신승훈의 변신과 실험, 도전의 산물이다. 두 앨범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음악적으로는 신승훈의 감성을 확장시키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음악적으로 ‘고인 물‘ 상태가 아니라 계속 ‘흘러가는 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발라드뿐만 아니라 브리티시팝, 록, 힙합,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해 새로운 신승훈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신승훈은 진짜의 감정,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을 중시한다. ‘보이지 않은 사랑’은 청평의 예쁜 펜션에서 10분만에 가사를 썼다. ‘미소 속에 비친 그대’는 유명해지기 전에 쓴 곡이다. 좋은 곳에서 만들면 좋은 노래가 나온다는 지론을 가진 그는 수도권의 예쁜 펜션들을 모두 꿰뚫고 있다. 신승훈은 두번째 여자와 헤어지는 9집을 끝으로 가사를 쓰지 않았다. 이별에 대한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 ‘그레이트 웨이브‘의 3번 트랙 ‘그대’와 ‘마이 멜로디‘는 심현보가 작사했고, ‘소리’는 양재선이 작사했다.
조용필이 63세의 나이에 19집 ‘헬로(Hello)’를 내놓고 폭넓은 세대와 소통을 이뤄내자 가요계의 고참격인 이문세 이승철 신승훈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공연을 개최하고 신보 발매에 나선 이들은 “이 정도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완성도를 높였을 것이다. 신승훈의 신보에 담긴 노래들도 참신함과 완성도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 같다.
기자는 신승훈 콘서트를 지금까지 9번 정도 봤다. 이번 신곡들은 내달 9일 열리는 신승훈의 콘서트에서 부르면 새로우면서도 그의 기존 넘버들과 썩 잘 어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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