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사태 이어 이번엔 윤석열 항명소동

“징계” “지휘부 잘못”여론 갈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과 퇴진 강요 의혹으로 흔들렸던 검찰이 이번에는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 변경 신청과 관련해 수사 외압 및 항명 소동이 빚어져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제2의 검란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사태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올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은 지난 17일 국정원 직원 4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이 중 3명을 체포해 조사를 마친 뒤 밤 늦게 석방했다. 이어 수사팀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소사실을 추가해 다음날 곧장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수사팀을 이끌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결재권자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를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이런 절차를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지청장은 즉각 업무에서 배제됐고,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대검 공안부에 진상파악을 지시했다.

표면적으로는 일개 부장검사의 항명과 독단이 문제된 것으로, 검사 한 개인의 징계로 끝날 사안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치권과 검찰 안팎은 검붕을 연상케 할 만큼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국정원 수사와 관련해 발생한 일인 만큼 정치적 편향과 수사 외압 의혹으로 번질 수 있고, 지난해 검붕 사태에 버금갈 만큼 정치권과 검찰이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정원 댓글 의혹 수사에서 원 전 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과 관련, 검찰과 법무부가 갈등했다는 얘기가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터라 더욱 그렇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보고절차를 누락한 윤 검사에 대해 감찰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그러나 “감찰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 대검 감찰본부가 아니라 이번 사건의 소관 부서인 공안부에 진상파악을 지시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항명사건의 경우 감찰과 중징계로 이어지는 전례로 볼 때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당장 감찰에 나서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례적이란 평가다. 때문에 이번주 중 진상조사 보고서가 대검에 전달되면 정식 감찰로 전환돼 윤 지청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검토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난 2월 반공법 위반 재심 사건에서 상급자 지시를 무시하고 무죄를 구형했던 임은정 검사는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검찰 내부는 이번 사태로 더욱 뒤숭숭하다. 윤 검사의 내부 규정 위반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결과적으로 검찰 지휘부의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동조 여론이 일고 있다.

서울의 한 일선 검사는 “윤 지청장이 생각한대로 상급자가 받아주지 않는다 해서 결재 없이 전결로 처리한다면 수사상 더 큰 편향성을 낳을 우려가 있다”며 징계가 당연하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또다른 중견 검사는 “법원이 국정원 직원의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해준 것으로 볼 때 이를 막았던 검찰 지휘부에 더 큰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윤 지청장에 심정적 지지를 보냈다.

재야 법조 관계자는 “검붕의 원인이 수사 편향과 내부 조직의 엇박자에 있다고 볼 때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백지에서 다시 검찰개혁을 고민해볼 때”라고 개탄했다.

조용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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