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를 보는 일본인의 눈

지난해부터 일본 내 한국 드라마의 축소와 침체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제8회 아시아 드라마 콘퍼런스’에서는 일본 방송 관계자들의 한국 드라마를 보는 시각이 반영돼 눈길을 끌었다.

일본 드라마 제작사인 SPO엔터테인먼트 요코타 히로시 이사는 ‘한류 10주년이라는 시점에서 한국 드라마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요코타 이사는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3가지 문제가 존재한다고 했다. 지난해 한ㆍ일 간 영토 문제로 분위기가 악화돼 반한 기류가 형성돼 있다. 두 번째는 한국에서 좋은 드라마를 사와도 홍보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일본의 팬들이 한국 드라마의 러브스토리를 좋아하는데 요즘은 러브스토리가 잘 안 나온다는 점이다.

요코타 이사는 “한국에서는 복수극, 서스펜스, 전문직 장르물들이 많이 만들어지는데 일본에서는 이를 돈 내고 보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의 로맨스물은 인기다. ‘시티헌터’가 한국에서는 중후하고 굵은 액션 위주였지만 일본에서는 포스터부터 러브 라인으로 바꿔 크게 성공했고 이민호는 큰 인기를 거뒀다”고 전했다.

일본은 다양한 장르 드라마가 나오는 나라인데, 그래서 다양한 종류의 드라마가 수용될 수 있는 토양을 갖춘 것 같은데도 “한국 드라마는 러브 라인을 넣어야 한다”는 조언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요코타 이사는 “일본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걸 보고 싶어한다. 할리우드의 ‘24’나 한국의 ‘겨울연가’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 남자는 잘생겼고, 일본 여자가 반할 만한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일본에는 터부가 없다. 연애는 각자 알아서 하면 되고 섹스도 서로 자유롭게 한다. 어긋남이 개입되기 어렵다. 그래서 무슨 설정이 필요한데 그게 러브스토리”라면서 “일본은 유교적 도덕과 가치관이 있으며 러브스토리가 고전으로 남아 있다. 한국 드라마가 그것을 끄집어내준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고지순한 사랑, 그것의 장애물로서의 군대와 유교적 가치관, 계층 격차에 의한 갈등들, 이런 것들이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지고 격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게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부분을 한국 드라마로 대체 소비한다는 것이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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