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원작의 되살리기일까, 영혼 없는 베끼기일까.’
올 한해 안방극장의 특이한 현상 가운데 하나는 일드(일본드라마) 리메이크 열풍이다. 지난 2월 ‘그 겨울, 바람이 분다(SBS)’를 시작으로 봄엔 ‘직장의 신(KBS2)’, 여름엔 ‘여왕의 교실(MBC)’이 방영됐고, 현재 안방엔 ‘수상한 가정부(SBS)’가 합류했다. 마니아층을 통해 소비됐던 일드가 지상파 3사의 프라임 시간대를 점령하자 전에 없던 문제가 제기됐다. ‘베끼기’ 논란이다.
톱스타 최지우를 앞세워 지난달 23일 첫방송을 시작한 ‘수상한 가정부’는 2011년 NTV에서 방영됐던 ‘가정부 미타(家政婦のミタ)’를 원작으로 했다. 이미 최고 4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역대 일드 시청률 3위에 오른 공전의 히트작은 한류스타 최지우를 만나며 기대가 커졌다. ‘지우히메’의 인기에 힘 입어 ‘역수출’의 가능성도 내다볼 작품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완벽한 원작 되살리기”라는 반응과 “베끼기 수준의 리메이크”라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7회까지 방영된 ‘수상한 가정부’는 재연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1회부터 돌려보면 더 아리송해진다. 1회분에서는 은상철(이성재 분) 가족의 장례식장 신이 등장한 첫 장면을 제외하곤 캐릭터와 상황 설정은 물론 대사까지 번역 수준의 ‘판박이 리메이크’였다.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김형식 PD는 “원작이 가진 캐릭터의 재미나 스토리는 살리되 한국적인 정서에 부딪히는 것은 바꿔가고 있다”고 했지만, 드라마는 현재 원작에서 가져온 ‘센’ 설정의 난무로 ‘정서적 이질감’에 부딪혔다. 앞서 종영한 ‘여왕의 교실’도 초등학교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잔혹동화를 그렸지만, ”비현실적인 학교 교육”이라는 반응이 만만치 않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리메이크 드라마의 경우 어느 정도로 각색하고, 반영할 것인가는 자의적일수 있다”면서 “‘수상한 가정부’의 경우 드라마 자체의 일본색이 너무 짙다”고 비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도 ”리메이크는 하기 나름으로 원작을 번안만 하거나 현지에 맞게 바꾸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신선함이나 정서적 차이로 인한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작정 가져온 일드 공식은 국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안이한 리메이크는 외면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들은 ‘판박이 리메이크’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2002년 일본 TBS에서 방영된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의 한국판인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공동제작한 (주)요시모토 흥업 한국법인 최신화 대표는 “일본드라마의 제작사 가운데 90%는 원작훼손을 상당히 싫어하고 예민하게 반응해,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목은 물론이거니와 캐릭터, 상황설정, 대사 등을 훼손하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노희경 작가가 집필하며 ‘한국드라마’로 완벽히 탈바꿈한 ‘그 겨울’의 경우 계약 당시 원작수정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최 대표는 “판권 계약 당시 우리가 내세웠던 첫 번째 조건이 한국 정서에 맞게 최대한 수정해야한다는 양해였다”며 “원작자와 만나 직접 이야기를 했고, 그쪽에서 받아들여 드라마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대개 ‘일드 리메이크’의 경우 제작상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도 “있는 그대로 리메이크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닮은 듯 보여도 전혀 다른 “양국 시청자의 미묘한 정서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우 “흥행성을 지닌 원작에 대한 높은 신뢰로 제작편의를 위해 특별한 각색없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수상한 가정부’의 제작진은 “일본에서 성공한 드라마는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한다”는 점에 큰 점수를 줬지만, 문제는 이 경우에도 불거진다. 대표 한류콘텐츠인 드라마의 창조성이 사라진다는 우려다. 하재근 평론가는 “단순번역에 그치고 현지 여건에 맞지 않는 리메이크작이 많아지면, 창작 콘텐츠는 당연히 줄게 되고 이는 드라마 한류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dl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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