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지난 8월 23일 이후 순매수 행진을 벌여온 외국인 자금이 7일까지 28거래일 연속 한국 증시로 유입되며 누적 순매수 규모가 마침내 10조원을 넘었다. 이는 1998년 1월 20일부터 3월 20일까지 총 34거래일간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졌을 때 이후 두번째로 긴 기록이다. 외국인 자금은 이미 지난달 26일 상반기 뱅가드 물량 출회 등으로 빠져나간 규모를 모두 만회하며 한국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다.
최근 미국 예산안 및 부채한도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발 불확실성이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수세는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순매수 기간의 연속성과 그 규모를 고려할 때 외국인 순매수는 특정 이벤트에 기대기보다는 수급이 우위를 점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자금을 꾸준히 불러들인 동력은 무엇보다 한국 시장의 양호한 펀더멘털과 저평가 매력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 인도, 인도네시아 등 경제 기초여건이 부실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는 뜻이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엔 글로벌 위기 완화 국면에서 외국인 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이번엔 신흥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퍼졌을 때 유독 한국으로만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며 “이는 신흥시장 전반의 모멘텀이 부진하지만 그래도 한국은 괜찮다는 시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면서 경기민감주가 다수 포진한 한국 증시로 자금이 몰렸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9월 한달 간 코스피를 7조5554억원 규모 순매수한 외국인은 업종별로 전기전자(2조4317억원), 운수장비(1조4419억원), 화학(7655억원) 등 대형 경기민감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순매수세가 워낙 숨가빴던 탓에 최근 매수 강도가 다소 약해졌지만 추세가 꺾이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유입되는 자금이 중장기적 투자 성향을 띠는 미국계 자금이란 점이 그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미국계자금은 7월(1조3000억원), 8월(2조2000억원)에 이어 9월에도 2조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여기에 지난 3월 이후 6개월 연속 순매도를 했던 영국계자금이 9월 1조4000억원 순매수로 전환한 것이 주목된다.
한국 관련 글로벌펀드의 매수 여력이 남아 있는 것도 외국인 자금의 추가 유입을 기대하게한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한국 관련 5대 펀드(GEMㆍAsia ex JPㆍPacificㆍGlobal ex USㆍGlobal)의 한국 비중은 8월말 현재 4.7%로, 9월 순매수를 감안하더라도 장기평균 비중(6%)에 미치지 못한다.
관건은 3분기 실적이다. 외국인 자금이 한국의 펀더멘털을 보고 들어온만큼 실제 뚜껑을 열어봤을 때 얼마나 기대를 충족시킬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관건중 하나는 환율이다. 1070선에 머물고 있는 환율이 더 내려가면 외국인은 환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단 외국인의 강한 순매수로 원화 강세가 상당부분 진행됐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환율 하락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및 부채한도 협상 등 불확실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원화가 강세로 갈만한 환경은 아니란 분석이다.
다만 주요 수출주에 미치는 환율의 영향은 단정짓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엔화 약세로 환율 측면에서 위기감이 컸지만 막상 기업 실적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현재의 환율 역시 기업의 손익에 영향을 줄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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