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봉하 이지원’에 대해 분석한 결과, 정상회담 회의록 외에도 최소 100건 이상의 기록물이 이지원에 탑재된 뒤 삭제되거나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삭제됐거나 이관되지 않은 기록물에는 정상회담 및 국내 정치 관련 문건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이 이지원에 탑재됐다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복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복구된 다른 회의 문건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초본을 삭제토록 지시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회의록 초본을 열람한 노 전 대통령이 “내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왜 저런 말을 한 것으로 돼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폐기 주문에 대해 임상경 기록관리비서관이 “이지원에서 삭제는 안 된다”고 발언했으며, 이후 노 전 대통령이 “그럼 (30년간 열람할 수 없도록) 지정기록물로 분류하라”고 수정 지시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조명균 안보정책비서관을 불러 “회의록을 국정원에만 보관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 역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최종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봉하 이지원에 대한 분석 작업도 남아 있고, 핵심 관계자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어떤 결론이든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오는 7일부터 참여정부 인사 30여명을 소환해 대화록이 이관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일부 친노 인사 사이에서도 “기록을 중시한 참여정부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NLL 발언록을 둘러싼 친노 핵심 인사들의 말과 행동이 바뀌자, 정확한 경위를 알지 못하는 일부 친노 인사 사이에선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다.
참여정부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2007년 당시 상황에 대입해보면 정상회담 발언을 직접 녹음하고 삭제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모든 사실을 털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말 이지원에서 삭제할 수 있도록 해둔 것이었다면 배신감을 느낀다”면서 “이는 기록 중시의 참여정부가 아니다”며 답답해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친노 진영의 한 의원도 “논란을 종식시켜 줄 핵심 인물인 조 전 비서관이 왜 침묵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며 “어찌 됐든 초본 삭제는 범죄가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의원도 (본인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 국가기록원의 회의록을 공개하자고 제안했던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놨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2월 검찰 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은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다음 대통령도 봐야 하니 국정원에 두고 청와대에 두지 마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김재현·이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