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지난 2일 오후 5시 서울대학교 잔디광장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집회나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는 재미도 있지만 바쁜 학생들이 모인 더 큰 이유는 ‘장학금’ 때문이었다. 서울대 축제를 주관하는 ‘축제하는 사람들’은 축제 마지막 날 열린 이날 행사에서 1등을 한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눈치코치 피었습니다’라는 이름으로 열린 초대형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총 3라운드로 펼쳐졌다.

1라운드 ‘움직이면 죽인다 잔디 밟아도 죽일 거야’는 술래의 눈치를 보면서 전진하되, 잔디 위에 표시된 지점만을 딛고 가는 것이고, 2라운드 ‘별별 꽃이 피었습니다’는 제비꽃, 할미꽃, 나팔꽃 등 다양한 꽃에 해당되는 포즈를 지어가며 이동해야 했다. 3라운드는 ‘나는 가끔…물을 흘린다’로 물이 담긴 접시를 들고 가면서 정해진 양 이상을 흘리지 않고 최대한 빨리 목표 지점에 도착하는 것이 과제였다.

300여명의 학생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전기전자공학부에 재학 중인 신입생 손모 씨가 300만원 상당의 전액 장학금을 거머쥐게 됐다. 장학금은 서울대 총동창회가 제공했다. 손 씨는 “장학금을 부모님께 드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놓고 학내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학생들이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뛰어도 하루 일당 7만원을 거머쥐기 어렵고 하루 5시간 꼬박 한달간 아르바이트를 해도 70만원을 벌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 번 게임으로 300만원 장학금을 지급하는 게 바람직한 것이냐는 것이다.

이나원 축제하는 사람들 대표는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며 사는 학생들이 많아 이번 축제의 콘셉트를 ‘시선 공포증’으로 잡았다”며 “눈치 한 번 제대로 보고 전액 장학금을 타가라는 의미로 이 같은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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