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인의 날’입니다.
오늘은 ‘노인의 날’입니다.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오늘은 ‘노인의 날’입니다. 경로효친 사상의 미풍양속을 확산시키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1997년부터 매년 10월 2일을 지정해 현재까지 이르고 있는 ‘법정기념일’입니다. 평소에 잘 챙기지 못하는 일이나 사건들을 매년 날을 정해 기념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본다는 기념일의 취지 중에서도 노인의 날은 좀 더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언론지상을 오르내리는 경로사상의 실종, 독거노인들의 외로운 죽음 등 현대의 노인들은 좀 더 외롭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이 흔히 말하는 애뉴얼(annual)한 아이템인 노인의 날을 맞이해 저도 어떤 기사를 써야하는지 고민해봤습니다. 독거노인의 안타까운 사연, 늘어가는 황혼이혼 등 여러가지 아이템을 놓고 고민하던 중, 그들이 실제 생활에서 가장 불편해하는 것에 대해 직접 동행을 하며 취재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중 대중교통수단에서의 자리양보 문제가 떠올랐고, 좌석에 앉은 젊은이들이 노인을 외면하고 이어폰을 꼽은 채 창가를 바라보는 장면이 저도 모르게 그려졌습니다.

특히 지하철의 경우는 그래도 노약자 석의 구분이 잘 돼있는 반면, 버스는 좌석도 한정돼있어 좀 더 자리를 양보하는 이들이 없지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1일 오후 저는 종로에서 만난 이웅식(71) 할아버지와 함께 일대 시내버스를 무작위로 동행탑승 해봤습니다.

버스에 오른 이 옹을 사람들이 외면하는 그림을 기대하고 버스에 탔지만 이내 저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팡이를 짚은 이 할아버지가 버스에 타자마자 바로 한 30대 남성이 자리를 양보했기 때문입니다. 일부러 사람이 적당히 차있는 버스를 골랐기때문에 주위에는 서있는 승객들도 꽤 있었지만, 아무도 그 자리를 앉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두 정거장이 지나 이 옹과 저는 버스에서 함께 내려 다른 버스의 탑승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두번째 탑승한 버스에서도, 세번째 버스에서도 승객들은 이 옹을 보자마자 마치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습니다. 노약자석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일반 좌석에 앉으신 승객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리를 일어날까말까하는 눈치조차 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한 버스에서는 이 옹을 보고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난 두 명의 승객도 있었습니다.

버스의 뒷자리까지도 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앞좌석과 하차문이 있는 버스 중간정도에 앉으신 승객들은 이 옹을 보자마자 마치 반사적으로 자리를 비켰습니다.

이렇게 총 6회에 걸친 버스 동행기는 자리를 양보하는 시민들만 목격한 채 끝났습니다.

이대로 훈훈하게(?) 끝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며 강북지역보다 좀 더 삭막하게 느껴지는 강남에서는 다르지않을까라는 기대를 안고 강남역으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강남이라고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노인분을 직접 섭외하지는 못해,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시는 노인을 따라가는 형식으로 진행된 취재에서 총 7번의 동행탑승을 했고, 역시나 자리를 비키는 7명의 승객을 목격했습니다.

결국 하루종일 13번 버스를 오르내리며 당초 제가 생각했던 모습, 노인을 봐도 본채만채 자리만 지키는 몰지각한 승객들의 모습을 보지못한 저는 순간 낙담과 동시에 기사거리가 나오지않겠다는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시민들의 모습 자체가 올라간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젊은세대 모두가 노인에게 자리양보 하지않고 나몰라라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세태가 일반적인 것이 아닌, 일부의 그릇된 행동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노인공경에 대한 희망도 동시에 본 것 같아 괜히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취재 도중 자리를 양보한 한 시민에게 왜 자리를 양보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약자인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노인들이 불쌍해서가 아닌,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차원이 자리양보라고 생각한다”며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노인공경은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와 전통”이라며 “나중에 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배려와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공경문화가 계속 이어져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민의식만으로 노인들의 편안한 대중교통이용을 담보하기엔 아직 부족함이 있습니다.

아직도 지하철 역사에는 엘리베이터가 부족해 한번 타려면 수십분을 기다리는 노인들도 있고, 저상버스가 부족해 버스계단을 힘겹게 오르내리는 노인들이 있습니다.

시민들의 배려와 이해와 함께 시설적인 부분도 더욱 개선된다면 노인들이 좀 더 마음놓고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그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tig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