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 시설의 2차매각도 유찰되었다. 예견되고 우려했던 결과다. 정부는 말이 없다. 엑스포 현장도 적막해변이다. 읍내 사흘장터 뒤의 공허함 그대로다. ‘살아있는 바다’는 죽어가고, ’숨쉬는 연안‘은 녹초가 되고있다. 정부만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눈길도 지쳐있다.
박종수(글로벌경제평화연구소 이사장, 중원대 러시아통상학과 교수)안타까운 현실은 사후활용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입장이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시설을 매각해서 선투자금 3,846억원을 조기에 상환하겠다는 입장이고, 지자체는 매각대금의 박람회장 재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갑과 을의 관계다. 갑은 항용 그렇듯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을에게 통고해 왔다. 지자체도 구체적 대안없이 정치적 구호에 집착하는 모양새다.
여수엑스포는 DJ정부에서 시작해 참여정부를 거쳐 MB정부에서 치뤄진 가장 큰 국제행사다. 15년간 준비했고 무려 2조원을 투입했다. SOC까지 포함하면 21조원 행사였다. 3개월 반짝하려고 그 많은 예산과 노력을 쏟아 부은 것이 아닐 것이다.
여수엑스포는 국내적으로는 남해안권 발전을 견인하는 성장동력의 역할을 수행했다. 8백20만명이 관람했고 그중에 104개국, 10개 국제기구, 40만여명의 외국인이 방문했다. 해양에 관한 공동 노력을 촉구하는 여수선언도 채택했다. 국제적으로 해양을 통한 인류 공동현안의 해결방안을 모색케 했다.
그러나 개최의 성공은 절반의 성공일 뿐이다. 남은 과제는 이 엑스포 유산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활용하느냐’ 이다. 국내 유일의 빅오(Big O), 최대규모의 디지털갤러리(EDG)와 아쿠아리움, 스카이타워 등 독보적인 컨텐츠를 여수의 지정학적 호조건, 교통 접근성, 특히 영호남 접경의 상징성과 결부시켜야 한다.
엑스포 사후활용은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공공성 확보를 위해 박람회 정신을 계승하는 사업에 역점을 두면서 영호남 대통합과 지역균형 발전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수익성 문제는 신규 인프라 건설과 컨텐츠 개발에 있다. 엑스포 시설물을 단일 콤플렉스로 엮어 인접지역 및 남해안선벨트와 연계시키는 종합플랜이어야 한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가 효율성 제고를 위해 단기·중장기별 계획하에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고흥-여수-남해간 연도연륙교가 완성되는 남해안시대와 글로벌 해양강국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스포 시설 전체를 동시에 가용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선택과 집중’ 방식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갤러리의 활용도를 제고시켜야 한다. 갤러리 양편에는 여수의 풍부한 먹거리를 선보일 수 있는 대형 씨푸드(Sea Food) 타운을 조성하고 국제관 2층은 유스호스텔, 해양연구단지 및 컨벤션 센터로 활용한다. 해변 인접지역에는 워터파크를 건설해 2014년부터 사업자 선정에 들어갈 마리나항 조성사업과 연계시킨다. 더나아가 생일섬 365개를 대상으로 하는 유람선 투어로 관광범위를 여수시 전역으로 확장한다. 보고, 먹고, 사고, 노는 관광의 4대요소를 잘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후활용의 요체가 바로 컨텐츠이다. ‘여수엑스포 포럼’(가칭)을 연례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우선 인접국 개최지인 여수-상하이-나고야의 한·중·일 3각벨트를 구축하고 점진적으로 회원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갤러리는 주제가 있는 스토리텔링과 함께 상업광고를 가미하는 수익성을 추구해야 한다. 오동도 용궁설화나 이순신 영웅담 등 스토리텔링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미국 라스베가스의 디지털 갤러리는 여수에 비하면 10년이상 노후화되고 왜소한 규모이지만 전세계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사후관리의 핵심요소는 재원 확보다. 정부의 가시적인 조치가 수반되지 않는 상태에서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한 현실적 방안은 ‘외국투자 유치’다. 여수는 엑스포 기간중에 40만여명의 외국인이 다녀감으로써 명실상부한 국제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투자유치단이 전세계를 누비면서 투자가를 물색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중국,일본,러시아 등 인접국만 대상으로 삼아도 된다. 지금 제주도는 중국인 투자가들이 넘쳐난다. 여수는 제주도 못지않게 경쟁력을 갖춘 남쪽의 미항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 대통합을 위한 지역균형 발전을 국정전략 과제로, 주무부처인 해수부는 여수엑스포 사후활용을 10대 현안으로 설정했다. 여수 지역민들은 평소 약속이행을 강조해온 박대통령의 결단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사후활용에 대한 지역민들의 요구가 행여 내년도 지자체 선거용으로 유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MB정부때 늑장 예산지원으로 엑스포 인프라 구축에 차질을 가져왔던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여수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불꺼진 남쪽항구의 초라한 모습으로 저락할 것인가, 명실상부한 국제항으로 부상할 수 있느냐 이다. 2012엑스포 유산을 잘 가꾸지 못하면 대대로 후손들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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