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식의 작품 세계

지난 7월 어느 날, 명동 한가운데에 ‘꽃의 섬’이 피어났다. 하얀 건물 벽을 배경으로 노랗게 아치를 그린 꽃 무더기에 달린 이름표는 ‘마몽드’. 브랜드의 역사가 시작된 지 22년 만에 처음으로 생긴 아모레퍼시픽 마몽드의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다.

오준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디자인한 이 매장에 담긴 핵심 가치는 바로 꽃이다. 플래그십 스토어 디자인에 영감을 준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에 ‘꽃의 생명력’이라는 이미지를 결합, 긴장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장소를 만들어 냈다. 특히 매장 입구의 상층부를 장식하고 있는 아치 형태의 ‘파사드’는 박수근 화백이 지난 1961년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화학공업사)의 화장품 정보지 ‘향장’을 위해 그린 동백꽃 문양을 조각, 역사적인 의미와 모던함을 동시에 살렸다는 평가다.

중요한 것은 이 매장의 디자인이 단지 ‘눈에 보이는 꽃’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객이 체험하는 모든 경험’을 중시하는 오준식 디렉터의 철학에 맞게 이 매장은 명동의 모든 거리를 마몽드라는 브랜드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른바 ‘10m, 1m, 1㎝m 디자인’이다. 먼저 10m 거리에서 매장을 바라봤을 때는 꽃 형상의 부조가 아치모양으로 배치된 파사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바라본 이 아름다운 꽃 무더기에 매혹당해 매장 입구로 발을 들여놓으면 출입문 안쪽 1m에 생화와 꽃 그래픽 이미지가 어우러진 디자인이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꽃과 꽃을 닮은 사람’이라는 주제로 국립발레단 소속 김리회 수석 발레리나를 촬영한 이미지가 멀티미디어 장치를 통해 재생되기도 한다. 꽃의 이미지와 그것이 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 일관되게 펼쳐지는 것이다.

이어 1층 제품 판매 공간으로 들어가면 1㎝ 디자인이 정체를 드러낸다. 손바닥만한 ‘페이퍼 카트’에 제품 앞에 비치된 ‘페이퍼 스틱’을 꽂아서 직원에게 가져가기만 하면 구매가 이뤄지는 시스템이 바로 그것. 고객들이 번거롭게 매장에서 제품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도록 배려한 시스템 디자인이다.

오준식 디렉터는 “마몽드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상품 이상의 ‘아시안 뷰티’를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에서 한류 확산을 위한 디자인 재능 나눔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강남구가 압구정동과 청담동 지역 1.08㎞ 구간에 지정한 ‘K스타 로드(한류스타 거리)’에 설치할 거리 안내표지물 ‘K버드’를 개발했다. 새 모양의 이 안내 표지물의 부리는 방향을 가리키고, 발은 K로드를 의미하는 알파벳 ‘K’를 형상화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K버드는 강남구 복지관 등과 연계해 K로드 관련 이벤트에 활용되고, 기념품으로 제작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슬기 기자/